수백번의 무대와 수만명의 관객 앞에 서봤지만 카메라 앞은 어려웠다. 클로즈업 촬영과 편집에 익숙하지 않아 마음 고생도 했고 행여 스태프들이 고생할까봐 한 번 더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못 꺼냈다. 데뷔 15년이 된 뮤지컬 배우 고영빈의 드라마 도전기다. 고영빈은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옥정(김태희)의 오빠인 장희재 역으로 드라마에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시청률이 올라가며 시청자들은 장희재에게도 눈을 돌렸다. 고영빈이 표현한 장희재는 역대 장희재와는 느낌이 다르다. 기존 포악했던 장희재와는 달리 집안과 동생 장옥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장희재'로 분했다. 동생이라면 생명도 기꺼이 내놓을 장희재에게 시청자들은 '장희재에게 동정심이 생긴 건 처음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한 캐릭터잖아요. 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난폭한 장희재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동생을 원없이 위해주는 오빠이고 싶었어요. 동생을 위해서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동생 바보'를 표현하고 싶었죠. (웃음)"
"정말 아름다웠어요. '인형이 말을 한다'는 의미를 알겠더라고요. 첫 신이 장옥정과 어머니를 안아주는 장면이었는데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매너손'을 해야 할 것 같고….(웃음) 김태희는 주연답게 책임감도 강했어요. 같이 촬영하는 날 어디 있는지 찾아봤는데 중궁전 상 밑에서 쪽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참 안쓰러웠어요."
촬영 후에 김태희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지, 친해졌는지 물어보자 고영빈은 "그러지 못했다. 부딪히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 친해졌어야 했는데…"라며 무릎을 치고 아쉬워했다.
그동안 고영빈은 몇 편의 드라마에 참여했지만 미니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족한 경험 탓에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다. 무대에 익숙했던 그는 카메라 앵글 밖으로 벗어나기도 했고 풀샷을 찍을 때 무대처럼 혼신의 연기를 다하다가 정작 원샷을 찍어야 할 때는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달달 외웠던 대사가 오히려 독이 되어 수없이 NG를 내기도 했다.
"무대는 어떤 모습으로 서야 관객에게 연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 지 잘 아는데 방송은 잘 몰랐잖아요. 아쉬운 점도 크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앞으로 현장에 익숙해지면서 차근차근 배워나가야죠."
앞으로 고영빈은 뮤지컬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바람을 밝혔다. 올 하반기에는 공연과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함으로 다가갈 계획이다.
"우선 체력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인들이나 팬들께서 힘들어 보인다고 하네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화나 책을 보면서 연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면 상상력이 필요하거든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뵙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맥소울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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