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선수가 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1루. 프로야구에서 각 팀의 1루수는 좋든 싫든 출루하는 주자를 맞이해야 한다. 매일같이 치열한 경기가 치러지는 시즌 중에 1루는 다른 팀 선수와 공유해야 하는 만남의 장소다. 프로야구 TV중계 화면을 보면 1루수와 1루 주자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반가움에 넋을 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다 큰코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박정권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 상황에서는 1루수가 베이스를 비우고 뒤로 이동해야 하는데 주자와 계속 수다를 떨다 코칭스태프한테 혼난 적이 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한화 김태완은 “발이 아파서 제대로 뛰지 못해 도루는 못하겠다고 말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초구에 2루로 뛰어버리는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1루수들은 투수 몰래 만남의 장소를 벗어나려는 주자들 때문에 애를 먹는다. 발이 빠르고 리드 폭이 큰 주자들은 투수의 견제를 유도하기 때문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9개 구단 1루수들은 LG 이대형, KIA 이용규와 김주찬, 두산 정수빈 등을 가장 껄끄러운 주자로 꼽았다. LG 김용의는 “정수빈은 주자일 때도 신경이 쓰이지만 1루 방향으로 기습번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타자일 때도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