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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그리며 사색하는 이 순간

입력 | 2013-07-08 03:00:00


그리며 사색하는 이 순간
―월트 휘트먼(1819∼1892)

홀로 앉아 그리며 사색하는 이 순간
다른 나라에도 그리며 사색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다.
멀리 바라보면 도이칠란트,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혹은 더 멀리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 그 나랏말을, 지껄이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만약 그들을 알 수만 있다면 내 나라의 비슷한 사람들에게 끌리듯이 그들에게 끌릴 것만 같다.
아 우리는 형제가 되고 애인이 되리라
그들과 함께라면 나는 행복하리라.


‘홀로 앉아 그리며 사색하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정신의 소박하고도 지고한 기쁨이 읽힌다. 인간은 누구나 사색하고 그리워하는 심성이 있고, 그 심성을 발현하며 살아야 맑고 순한 생기가 생긴다. 그 생기가 방울방울 차올라 행복감으로 충만해진 시인은 문득, 분명 ‘이 순간’ 자기처럼 ‘그리며 사색하는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있을 것을 떠올리고 그들에게 무한한 우애를 느낀다. ‘홀로 앉아 (저마다 자기 나라말로) 그리고 사색하고’ 있겠지. 시인은 미소 지으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었으리. 서로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는,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의 유대여, 가치관의 연대여, 동류의식이여! 나도 아름답고 당신들도 아름답고, 인류는 아름답구나! 얼마나 든든한지…. 햇살 같은 이 네트워크, ‘광대한 우정’은 시간도 넘나들며 느낄 수 있다. ‘홀로 앉아 그리며 사색하는’ 옛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에게!

‘우정’이란 말에 이물감을 느낄 젊은이가 많겠다. 요즘 대다수 청년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고 애인을 사귀는 데만 관심이 있단다. 그러나 우정을 모르고선 다른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없다. 타인에게 사심 없이 마음을 주고, 소통하고, 신의를 지키는 것. 그렇게 타인을 접대하는 법을 우정은 기초부터 깨우쳐 준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연애를? 잘될까? 만나자마자 섹스부터 하고 한 달 뒤에 깨지는 패턴의 연애, 이게 남의 얘기가 아니라면, 먼저 친구를 사귀시라. 친구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우정은 사랑의 밑거름!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