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소비자경제부 기자
1990년대 초반 펜션과 콘도가 생기면서 사라진 캠핑문화가 어느새 부활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60만 명에 불과했던 캠핑 인구는 올해 130만 명으로 늘었다. 캠핑장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0년 300여 개에서 현재 10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캠핑용품 업체들은 전년 대비 매출이 평균 50% 늘었다.
한국인의 생활문화가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다 보니 캠핑장비 또한 진화하고 있다. 입식 캠핑에서는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리빙셸(living shell) 텐트가 필수 장비처럼 여겨진다. 테이블과 의자 등 갖춰야 할 게 많다 보니 관련 시장까지 덩달아 커졌다. 캠핑을 시작하려면 수백만 원대 장비를 갖추고, 그 다음 차를 바꿔야 한다는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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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의 독특한 캠핑 문화는 자녀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은 아버지들이 옆집에 뒤지지 않는 장비를 경쟁적으로 구입하며 형성되고 있다. 취미를 시작하기 전 장비부터 풀세트로 갖추는 한국인의 ‘전문가적 소비주의’ 기질도 한몫했다.
외국의 경우 텐트를 이용한 캠핑은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 위한 ‘전진기지’일 뿐 캠핑 자체를 하러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운전하기-텐트치기-먹고 마시기-취침-텐트 걷고 돌아오기’로 단순화된, 콘텐츠 없는 국내의 캠핑 문화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캠핑을 통해 다양한 소비활동이 일어나고 지역 관광 상품의 이용이 늘 것으로 기대했던 지방 사람들은 장비산업만 커지자 실망하는 눈치다.
올해 초 본보는 40, 50대에게 등산복이 ‘심리적 갑옷’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고가 브랜드의 등산복을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30, 40대 남성들이 주도하는 캠핑 문화도 이와 같지는 않은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염희진 소비자경제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