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서갑양 서울대 교수 서울서 장례식6월 美학회 갔다 돌연사
‘천재 과학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서갑양 교수의 장례예배가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한 조문객이 서 교수의 영정 앞에서 애도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32세 때인 2004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단에 섰고 과학계의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2004년 MIT의 학술지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올해의 젊은 과학자 100인’에 뽑혔고 2009년에는 ‘신양공학학술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매년 40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 중 연구 성과가 뛰어난 4명에게만 대통령이 수여하는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았고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대한민국을 빛낼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나노 과학자로 명성을 쌓은 서 교수는 나노과학기술 중 ‘생체모방(biomimetics)’을 연구했다. 게코도마뱀은 유리벽을 기어오를 때 발가락에 난 미세 섬모가 유리벽 표면을 흡착한다.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굵기인 미세 섬모를 서 교수는 나노기술로 모방해 냈다. 생활가전에서 인공장기, 국방무기 등에까지 무궁무진하게 응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신장칩과 인공심장도 연구했다. 사람의 피부처럼 간지럼을 느끼고 반응하는 인공피부 샘플도 만들어 냈다. 그의 연구는 해외 학술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서 교수가 갑작스레 숨진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무리한 연구로 과로사했을 것”이라는 게 지인들의 추측이지만 평소 족구 탁구 등으로 체력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점으로 미뤄 봤을 때 사망 원인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정확한 사인은 10여 일 뒤 미국 병원의 사망진단서가 도착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 교수는 아내와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을 남기고 떠났다. 유족을 위해 동료 교수와 제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