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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 화염 속에 사라진 신설동 경마장의 추억
北정찰기 뜨자 경마장사람들 혼비백산
인민군 병참기지 활용 후 폐허 잔해뿐
서울 재탈환 땐 유엔군 비행장으로…
경마 재개 염원, 결국 뚝섬서 새 출발
1950년 6월25일 일요일, 북한군은 새벽에 기습적으로 남침을 했다. 전방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그날,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요경마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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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을 주워 읽은 사람들은 그 비행기가 북한의 정찰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이후 확성기를 단 군용 지프가 나타나 장병들의 즉시 귀대를 명령하고 시민들이 동요하지 말라고 방송을 했다. 경마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전쟁이 터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을 점령한 북한 인민군은 신설동 경마장을 탱크와 차량 등 군장비를 보관하는 병참기지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신설동 경마장은 유엔군의 집중 폭격 대상이 됐다. 경마장에 있던 경주마 200여 마리도 인민군이 징발해 갔다.
9월 15일 서울을 수복한 후 마사회 직원들이 찾았을 때 신설동 경마장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폐허였다. 마사회는 10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경마를 재개하려 노력을 기울였으나 중공군의 가세로 전세가 다시 악화되어 무산됐다.
이후 신설동 경마장은 1951년 서울 재탈환 후 유엔군의 비행장으로 징발됐다. 서울 외에 부산, 대구, 군산 등 지방 경마장들도 대부분 전쟁동안 유엔군의 기지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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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은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이었다. 만일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서울경마공원은 어떻게 될까? 1500마리 경주마들의 운명은?
전쟁이 터지면 ‘충무계획’에 따라 경마는 즉각 중단된다. 마사회 직원들은 비상소집, 전시 마필보호, 직장 민방위대 운영 등 일련의 조치에 들어간다. 경주마와 관련 장비들은 군수 물자로 징발된다.
마사회 비상계획팀 정찬권 팀장은 “마사회는 전쟁이 발발하면 시설을 보호해 종전 후 경마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매뉴얼을 갖고 있다” 며 “전쟁은 경마산업을 붕괴시키고 말과 인간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평화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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