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경북 포항시는 다음 달 준공 예정으로 북구 양덕동에 승마장을 조성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해 계획대로 준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승마장 주변 주민들은 항의하는 뜻에서 25일 초등생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았다. 승마장과 200여 m 떨어진 초교 학생들이 악취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승마장은 비교적 관리를 잘하는 편이어서 악취 같은 피해는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서까지 승마장을 반대하는 데는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왜 지자체 마음대로 하느냐”는 불만이 쌓여 있다. 포항시는 승마장을 추진하는 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니 해명에 나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고 로드중
대구시와 민간사업자가 대구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구 동산동에 건립하는 18층 메디텔(의료관광용 숙박시설)도 주변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도 검토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는지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 “대구 발전을 위한 일인데 주민들이 공감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갈등을 낳기 쉽다.
대구의 상수도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인 구미와 안동으로 이전하려는 과제가 5년 넘도록 진전이 없는 것도 대구시가 해당 지역주민의 뜻은 뒷전인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 탓이 크다.
갈등이 많은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굳어지면 기업 투자나 관광객 유치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된다. 지자체 정책의 첫 단추는 ‘이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끼칠 간접적인 피해나 걱정은 무엇인지’까지 치밀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태도이다. 지금부터라도 주민에게 다가가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