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월드컵팀 감독 취임회견“우리 선수들 공 잘 뺏고 잘 뺏겨… 공 오래 소유하는 조직력 키울것‘홍명보의 아이들’도 철저히 검증… 박지성 대표 복귀, 본인 의지에 달려”
홍명보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를 강조한 홍명보호의 슬로건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감독(44)이 ‘단합된 정신’과 ‘한국형 전술’을 통해 대표팀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25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페인 선수도, 독일 선수도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에 한국 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표팀의 ‘승패’보다 ‘변화된 모습’일 것”이라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전술의 큰 그림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공을 굉장히 잘 뺏는 반면 상대에게 공을 굉장히 잘 빼앗긴다는 단점이 있다.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조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강한 압박축구를 통해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해도 쉽게 뚫리지 않는 수비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전체적인 전술의 틀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할 당시 홍명보호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감독은 지난달 말까지 약 5개월 동안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 밑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홍 감독은 개인주의가 강한 외국 선수들을 보며 한국 선수들의 훈련 태도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과 함께할 기회가 온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도록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한국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도 홍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네가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 내가 수석코치를 하겠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대표팀 제의가 들어오면 네 주변의 모든 상황을 냄비에 넣고 끓여봐라. 거기서 나온 결과물에 걸림돌이 있으면 사령탑을 맡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끓여봤더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웃었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브라질 월드컵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2년’이라는 기간은 홍 감독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었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더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장기 계약을 할 경우 간절한 마음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협회에 2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1년이라는 짧은 본선 준비 기간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성공의 비결은 안 좋은 상황을 잘 활용하는 데 있다.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을 통해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