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훈中 학부모들 신중수사 호소
셔틀버스 정류장 앞 “국제중 폐지” 현수막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역 인근 횡단보도 쪽에 통합진보당이 내건 현수막. 이 횡단보도 앞에서 매일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셔틀버스를 탄다. 한 학생은 “현수막을 볼 때마다 죄수를 수용하는 버스에 오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는 아이가 서울 서대문구 공립초등학교를 졸업해 일반전형을 거쳐 공정하게 국제중에 입학했다고 했다. 자신은 강북에 사는 평범한 중산층이고, 아이는 영어 유치원이나 어학연수 경험조차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글이 끝날 때쯤 그는 간절하게 호소했다. “조기 유학도 못 가고 강남의 유명 학원도 못 다니는 강북의 야무진 학생들은 어딜 가야 하나요.”
최근 며칠 새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이처럼 영훈국제중 학부모들이 올린 글이 이어지고 있다. 처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생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검찰이 입시 비리 수사를 엄정하게 하되, 일부의 비리를 대다수 선량한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로 돌리지 말고, 일부 언론보도처럼 국제중이 귀족학생, 부자 학부모들의 집합체는 아니라는 얘기다.
기러기 아빠가 될까 생각하고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방법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 좋게 봐도 중산층 수준인 월급으로 감당이 안 됐다. 전국 일반 중학교 가운데 귀국반 운영 학교를 알아봤지만 대전에 한 곳밖에 없어 포기했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영훈국제중 학부모와 학생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화면 캡처
학부모 남모 씨는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천억 원의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으로 부도를 낸 회사조차 법정관리로 회사를 살리고 종업원은 보호한다. 우리 학교, 이제 5년도 안 됐다. 아이들 터전은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 가슴에 적개심과 분노가 싹트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나서게 됐다고 했다. 학부모 김모 씨는 며칠 전 아이가 ‘세상이 우리를 증오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트위터에 남긴 글을 봤다. 충격을 받은 그는 이때부터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21일 오후 영훈국제중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북부지검에 자필 탄원서를 모아 제출했다. 아이들의 정신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를 해 달라고, 교사 소환은 최대한 신중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이미 교감 선생님의 죽음을 겪은 아이들 마음속엔 커다란 불안감이 있다. 검찰이 이러한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해 달라는 뜻”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