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유력한 홍명보 감독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며 탁월한 리더십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스포츠동아DB
■ 홍명보 리더십 10계명
“지도자 위에 선수” 벤치멤버 의욕 돋워
선수선발 형평성 등 철저하게 원칙 고수
적극적인 의사표현 등 선수들 소통 중시
다양한 플랜으로 돌발상황 유연히 대처
‘홍명보 리더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내년 브라질월드컵을 이끌 대표팀 사령탑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공식절차만 남았다. 홍 감독이 2009년부터 작년 런던올림픽까지 3년 동안 팀을 이끌며 보여준 각종 사례를 통해 모두가 인정하는 홍명보 리더십의 실체를 살펴본다. 이른바 ‘홍명보 리더십 10계명’이다.
김태영 코치는 홍 감독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다. 2009년 3월 이집트 3개국 대회 때 전날 경기를 못 뛴 벤치멤버들을 데리고 훈련하는데 다들 의욕이 없어 김 코치가 호되게 야단쳤다. 그날 저녁 호텔에서 홍 감독은 김 코치를 불러 “선수 위에 군림할 생각 마라. 선수가 위고 코치가 아래다”고 혼쭐을 냈다. 김 코치는 머리를 뭐로 얻어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2.벤치멤버를 더 감싸줘라
홍 감독은 김 코치를 혼내며 한 마디 더 했다. “교체멤버일수록 더 신경 써라.” 많은 사람들이 홍 감독의 화려한 선수시절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도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로 대성할 수 있을지 매일매일 고민했던 무명이었다. 축구는 하고 싶은데 주목받지 못하는 간절함과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서 팀 분위기는 선발 11명이 아닌 벤치 멤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잘 안다.
3.예외는 없다
4.촌철살인
‘난 너희를 위해 죽을 테니 너희는 팀을 위해 죽어라’ ‘나는 항상 마음속에 칼을 품고 다닌다. 너희들을 해치려는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화제가 됐던 홍 감독의 어록이다. 홍 감독은 적절한 상황에 맞는 문구와 단어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말이 아니다. 선수 미팅 전에 늘 고민한다. 런던올림픽 영국과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봤지? 영국 애들 X도 아니야”라고 평소 쓰지 않던 속어를 쓰기도 했다.
5.코치를 식구처럼
6.정직이 최선이다
홍 감독은 선수들을 정직하게 대한다. 불필요한 꾸짖음으로 선수를 본보기 삼지 않는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특정선수를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홍 감독은 “A선수가 잘못한 걸 다 아는데 지적을 안 하면 감독과 선수의 신뢰가 깨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을 짧은 시간 속일 수 있고 소수의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는 법. 이런 진심은 결국 선수들에게 전달이 된다.
7.선수들을 능동적으로
2009년 U-20 팀을 맡은 직후 홍 감독은 미니게임 주심을 보며 일부러 편파판정을 했다. 홍 감독 카리스마에 눌린 선수들은 한참 지나도 항의를 안 했다. 홍 감독은 경기를 중단했다. “너희 뭐야? 왜 내가 잘못 보는데 지적을 안 해?” 홍 감독은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주문했다. 홍 감독은 선수시절 히딩크에게 이를 배웠다. 히딩크는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소극적인 한국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비슷한 방법을 썼다. 홍명보호 선수들은 변했다. 홍 감독 질문에 고개를 숙이던 선수들이 시간이 갈수록 대담한 발언을 했다. 홍 감독은 이를 보며 흐뭇해했다.
8.다양한 플랜
홍 감독이 올림픽 전 가장 많이 강조했던 게 다양한 플랜이었다. 홍 감독은 돌발변수가 생겼을 때 허둥대지 않았다. 올림픽 전후로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왜 하필’ ‘또 부상?’ 이런 말은 안 했다. 코치, 선수들이 보기에 홍 감독은 이를 전혀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자연스레 선수단 동요도 가라앉았다. 모든 상황을 가정해 철저하게 준비했기에 가능했다.
9.끊임없는 공부
홍 감독은 2002년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히딩크로부터 과학축구의 기본을 습득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코치로 딕 아드보카트를 보좌하며 분석축구를 배웠다. 홍 감독은 스포츠심리학자 등을 초청해 강의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올림픽 후에는 러시아 안지 클럽으로 연수를 떠났다. ‘홍명보 다운 방식이었다. 팀 안에서 직접 훈련, 경기를 봐야 의미가 있다는 신념에 정식 직책도 어시스턴트 코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10.두 번 실수는 없다
홍 감독은 2010아시안게임 때 선수를 포함한 스태프들에게 병역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하게 했다. 철저히 입단속을 했다. 그러나 준결승 패배 후 선수들이 쏟는 눈물을 보며 무조건 감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런던올림픽 때는 달랐다. 병역혜택은 우리가 잘 하면 따라올 수 있는 거라 자연스레 생각하고 즐기자고 했다. 그리고 빛나는 동메달을 걸고 돌아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