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계 난민(難民)의 날이었다. 난민은 인종이나 종교,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를 피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외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20만 명의 난민이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다. 4.1초마다 한 명씩 난민이 발생한다고 할 정도로 증가세도 가파르다. 중견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도 외면해서는 안 될 국제 현안이다.
한국은 21년 전인 1992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지난해 2월 제정된 난민법이 다음 달 1일 발효된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뿐 아니라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도 신청 6개월 후에는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다. 이런 법은 아시아에서 최초다. 법체계는 갖춰진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지금까지 모두 5485명이 난민 신청을 했으나 인정을 받은 사람은 329명(5.9%)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인 37.8%의 6분의 1 수준이다. 생계와 의료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국내에서 난민 승인이 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만 1442명이다. 법무부 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난민을 후진국에서 온 성가신 불법 체류자 정도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난민법이 발효된다 해도 현재의 예산 구조로는 난민에 대한 처우 개선은 그림의 떡이다. 올해 법무부 난민 관련 예산이 20억6900여만 원이지만 이 가운데 19억8000만 원은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여는 ‘난민지원센터’의 운영비, 시설비 등으로 쓰인다. 난민들의 주거와 생계를 위해 쓸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