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차기 후보 4명 뽑았지만 “시간 없고 대안 없다” 洪대세론 확산“내년 이후에도 맡겨야” 주장 힘얻어고위관계자와 5월 美서 협상설… 계약기간 등 세부 조율만 남은듯
지난달 말 홍명보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44)은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67) 밑에서 연수를 마치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즈음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도 비밀리에 미국으로 날아갔다.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을 놓고 홍 감독과 협상하기 위한 출국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는 귀국 후 “개인적인 일로 다녀온 것”이라며 협상설을 강력 부인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이끌 차기 사령탑에 홍 감독이 사실상 내정된 분위기다. 축구협회는 19일 기술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감독 후보로 4명을 추천했다. 회장단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 뒤 다음 주 초쯤 후보자를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가장 유력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협회 안팎에서는 ‘홍명보 감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다면 또다시 선수들을 살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축구를 장기적으로 보면 검증된 국내 사령탑에게 믿고 맡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인이라면 결국 성적에 급급해 단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최근 한국축구가 흔들린 것은 사령탑이 자주 바뀌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시작돼 새 사령탑이 급박해졌다.
문제는 홍 감독이 과연 ‘1년짜리 사령탑’으로 끝날 수 있는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이느냐다. 브라질 성적이 나쁘면 더이상 사령탑에 있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들도 ‘홍명보란 유망주를 1년만 쓰기엔 아깝다’는 데 뜻을 모으고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은 “월드컵의 단기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검증된 국내 지도자들을 중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허 부회장은 이날 ‘홍 감독과 논의했냐’는 질문에 “교감은 있었다”고 밝혀 계약 기간 등 세부적인 조율만 해결되면 조만간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