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사칭 “선물 보내려는데…” 여직원 주소 알아내공모한 국정원 직원과 차명폰 통화하며 실시간 추적檢 “은폐-축소 與커넥션 의혹도 수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만약 유죄로 판명된다면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지만 검찰은 이와 더불어 국정원 직원 정보와 내부 문건이 야당에 흘러들어간 과정도 분명히 밝혀 내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앞으로 야당과 해당자들은 “‘도둑이야’라고 외친 양심적 내부고발”이라고 주장하고 나설 개연성이 크다. 이들의 동기와 행동과정이 양심에 따른 내부고발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는 앞으로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검찰은 민주당이 제기한 “권영세 주중국 대사가 경찰 은폐·축소 수사의 몸통”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어서 여야가 각각 제기한 의혹의 실체가 어떤 식으로 가려질지 주목된다.
김 씨와 정 씨는 직접 만나거나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보안을 유지했다. 간혹 다른 사람 명의의 ‘차명폰’을 이용해 통화하기도 했다. 미행도 영화 속 첩보전처럼 은밀하게 이뤄졌다. 정 씨가 국정원 내부에서부터 특정 심리전단 직원을 미행해 밖으로 나오면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교차 미행을 하거나 김 씨에게 넘겨주는 방식이었다.
이들이 국정원 여직원 김 씨를 미행한 건 ‘감금 의혹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1시 1분부터였다. 정 씨는 국정원 주차장에 세워진 여직원의 SM3 차량 옆에 자신의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다 여직원 김 씨가 출발하자 이 사실을 국정원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김 씨에게 알렸다. 김 씨는 여직원의 차를 뒤쫓은 끝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곧바로 김부겸 전 의원의 정모 보좌관과 민주당 유모 전 부대변인에게 여직원의 오피스텔 주소와 차량 종류, 색상, 번호 등을 알렸다.
이튿날인 11일 오전 6시 반부터 여직원의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김 씨는 여직원이 국정원으로 출근하자 이 사실을 국정원에 있던 정 씨에게 알렸고, 정 씨는 오후 1시경 여직원이 퇴근했다고 김 씨에게 알려줬다. 퇴근 후 오피스텔로 온 여직원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김 씨는 정 보좌관과 유 전 부대변인에게 전화했다. 이 사실을 전달 받은 민주당 김모 인권법률국장은 오후 6시 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했다. 강남구선관위와 경찰이 출동했고 민주당 당직자들과 기자들까지 여직원의 오피스텔 앞에 몰려들었다. 이 사이 민주당은 “국정원이 문 후보 낙선을 위한 사이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근거로 민주당이 출동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예나·장선희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