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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형제 폐지 아이콘, 최연소 女사형수 출소

입력 | 2013-06-19 03:00:00

유족 ‘위대한 용서’로 27년만에 풀려나




세계적인 사형폐지 운동의 ‘아이콘’이었던 미국 최연소 사형수가 27년 만에 감옥 문을 나섰다. 피해자 가족의 ‘위대한 용서’가 출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여자 사형수 폴라 쿠퍼 씨(43·사진)가 17일 오전 10시 인디애나 주 록빌 교도소를 나와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미 언론이 이날 일제히 전했다.

쿠퍼 씨는 15세였던 1985년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여자친구 3명과 함께 성경학교 교사였던 78세 할머니 루스 펠케 씨의 집에 “성경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뒤 들어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가슴과 배 등 온몸을 33차례나 칼로 찔렀다. 쿠퍼 씨가 범행으로 손에 쥔 돈은 고작 10달러였다. 쿠퍼 씨는 이듬해 7월 사형 선고를 받아 미 역사상 가장 어린 사형수가 되었다.

잔혹한 범행이었지만 20세도 안된 소녀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인권단체와 사형반대론자들 사이에 일면서 국제적인 구명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다른 3명이 25∼60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흑인인 쿠퍼 씨만 사형이 선고돼 인종차별 논란도 있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7년 직접 주지사에게 감형을 호소했으며 이듬해 성당 신부 등 200만 명이 청원서를 인디애나 주 대법원에 제출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손자인 빌 펠케 씨가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할머니라면 쿠퍼 씨에게 사랑과 용서를 베풀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를 위해 그를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고 CNN에 밝혔다.

결국 1988년 인디애나 주 대법원은 60년 형으로 감형했다. 쿠퍼 씨는 교도소에서 23차례나 말썽을 피울 만큼 문제아였지만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학사학위를 딸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생명의 은인인 빌 씨의 면회 신청을 8년이나 거부했지만 끝내 마음을 열고 지금은 매주 e메일을 주고받는 친한 사이가 됐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