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빤스 순정男부터 빤스 벗은 강철男까지
영화 ‘맨 오브 스틸’. 슈퍼맨은 초인적 능력을 지녔음에도 지구의 법을 따르기 위해 스스로 자수해 수갑을 찬다. 이런 신적인 이타성은 슈퍼맨의 가장 큰 덕목이지만 동시에 배트맨보다 인간적 공감대가 떨어지는 약점이기도 하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맞다. 슈퍼맨은 식상하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가 쓴 ‘슈퍼 히어로’(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 슈퍼맨은 1932년 구상돼 6년 뒤 공식적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투척한 해에 태어난 셈이다.
하지만 슈퍼맨은 돌아왔다. 13일 영화 ‘맨 오브 스틸’이 개봉하며 81세 고령에도 여전히 망토 두른 채(‘빤스’는 벗었다!) 젊디젊은 ‘청춘’으로 복귀했다.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이 노병은 뭔 화장품을 쓰기에 이다지도 탱탱할까.
○ 슈퍼맨의 세계에 빠져들다
‘슈퍼맨 포 투모로우’는 슈퍼맨이 행방불명된 ‘아내’ 로이스 레인을 찾아다니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사실 이 책은 슈퍼맨 그래픽노블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겐 난해할 수 있다. 악에 대항하는 초인 연합체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나 ‘팬텀 존’ 등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슈퍼맨을 둘러싼 다양한 역학관계를 두루 살펴보기에 좋다. 특히 영화의 주적 조드 장군이 등장한다.
‘올스타 슈퍼맨’은 팬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를 다룬다. 슈퍼맨이 죽기 때문이다. 우주 방사선에 심하게 노출돼 세포의 사멸이 시작된다. ‘강철 사나이’가 인류와 똑같은 숙명을 맞이하다니…. 하지만 만화는 이 충격적 소재를 매우 담담하게 다뤄 더 매력적이다. 초인은 과연 죽음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슈퍼맨, 철학-물리학으로 진화하다
한창완 교수의 ‘슈퍼 히어로’는 미국 대중문화에 나오는 초인 10명을 뽑아 정리해 입문서로 적당하다. 너무 간략해 아쉽다면,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잠)를 읽어 보길 권한다. 초인을 통해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제공한다. 특히 슈퍼맨이 자신의 능력을 타인을 위해 쓰게 된 원인을 ‘사회적 관계 형성’으로 풀어 낸다. 외계인이라는 타자 신분인 그가 지구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아야 했었다는 해석이다.
‘슈퍼맨, 그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니?’(지식나이테)는 미국 미네소타대 물리학 교수인 저자가 슈퍼맨을 통해 물리학을 가르치는 발상이 신선하다. 슈퍼맨 만화 제1호에 보면 슈퍼맨이 한 번 점프해 200m를 뛰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물리학의 질량 가속도, 중력 등을 고려해 계산하면 슈퍼맨의 고향 크립턴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15배 강하다는 답이 나온단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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