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느 날 B 씨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렸다. 사진도 없는 그의 넋두리는 앞뒤 맥락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페친들은 ‘좋아요’를 누를 수도, 댓글을 달 수도 없었다. 이런 경우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토로한다. “일기는 일기장에 쓸 것이지, 왜 남들이 다 보는 페이스북에 쓰냐고요.”
국내 페이스북 이용 인구 1100만 명 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SNS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더불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시시콜콜한 일상을 게시하며 자기애를 뽐내는 페이스북의 경우 정작 게시자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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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보거나 안 들을 수 있지만 SNS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뉴스피드’ 등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면서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열등감과 비교의식이 커질 수 있다”며 “역사가 짧은 SNS 소통에서 새로 생겨난 SNS 스트레스는 향후 큰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11, 12일 이틀에 걸쳐 페이스북 이용자 25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해봤다. “SNS 소통할 때 당신은 언제 스트레스를 받습니까?”(‘SNS 꼴불견’)와 “어떤 페이스북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릅니까?”(‘SNS 좋아요’)였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주로 꼽은 ‘SNS 꼴불견’은 △심한 자기 자랑 △막말 비방 트집 △허세 △특정 정파에 치우치거나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글 △자신의 진짜 모습과는 딴판으로 가식적인 태도 등이었다. 이 밖에도 △맞춤법 틀린 것만 지적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글에 밉상 댓글을 다는 것 △힘들고 우울하고 불쌍한 척 3종 퍼레이드 △갖가지 명언과 인용구로 담벼락을 도배하며 훈수를 두려는 태도 등이 있었다.
가장 예민한 이슈는 역시나 자기 자랑이었다. 50대 여성은 자신의 아들이 명문 대학 두 곳에 동시에 붙은 합격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동창 페친들의 질투 섞인 싸늘한 침묵을 체험했다고 한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면전(面前)이라면 내키지 않아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하겠지만 SNS 댓글은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못 본 척할 수 있는 ‘SNS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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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곤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한국인은 공개적인 칭찬과 응원에 인색한 측면이 있었는데 페이스북의 ‘좋아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칭찬과 격려의 문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는 듯하다”며 “SNS도 결국 사람이 모인 공간이므로 상대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켜야 남에게 스트레스도 주지 않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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