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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무산 이후]상식-투명… 박근혜式 남북대화 새판 짠다

입력 | 2013-06-13 03:00:00

朴대통령 “결렬돼도 숨김없이 설명… 국민 상식으로 받아들일수 있으면 돼”
柳통일 “당국회담 보류 아닌 무산” 정부 “북한에 수정 제의 안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남북 당국회담 준비 과정에서 정부 핵심 관계자들에게 “남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더라도 왜 그렇게 됐는지 투명하게 숨김없이 국민에게 설명했을 때 국민이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이 이상한 사람을 북한이 내보내는데도 대화만을 목적으로, 북한 요구대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할 수는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정부 내에 이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을 상급(장관급)이라고 내세우면서 회담 상대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내보내라는 북한의 행태는 비상식적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남북한 모두 잘못했다’는 야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런)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구분했으면 바르게 지적을 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적 남북관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남북회담 관례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태도가 이상할 것 없지 않느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관례라고 그대로 따르거나 새 정부라서 그 관례를 무조건 거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것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보류’된 것이 아니라 ‘무산’된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기 위한 진통이다.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려면 북한이 성의 있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에 (남측의 수석대표를 바꾸는) 수정 제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류 장관의 회담 상대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양건만큼 남북문제에 권한이 있는 사람이어야 류 장관과 실질적 협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개성공단 사태와 남북 당국회담 무산 과정에서 이처럼 과거 정부와 다른 박근혜정부 특유의 대북 접근법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이 상식을 무시한 채 신뢰와 약속을 깨면 한 치의 타협 없이 갈등을 피하지 않겠지만 상식적인 태도로 대화의 손을 내밀면 유연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겠다는 얘기다.

북한이 11일 일방적으로 회담 불참을 통보하자 1시간도 안 돼 한국 정부가 회담 무산을 먼저 공개한 데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남측이 과거처럼 회담 무산을 비공개에 부친 채 추가 협상을 제의할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그런 접근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태도에는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도 조사에서 외교안보 분야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등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11일 회담 불참을 통보한 직후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연락관을 철수한 북한은 12일 연락사무소 간 통신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윤완준·조숭호·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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