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사회부 기자
하지만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번 갈등을 ‘황 장관 vs 일선 수사팀’의 대립이었다고 규정하는 건 무리다. 선거법 적용 여부에 대해 검찰 내에서 다른 의견이 있었고, 논쟁이 치열했던 건 사실이다. 원 전 원장이 선거 개입을 지시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벌어진 당연한 결과였다. 수사팀 내 온건파는 ‘선거법을 적용해 기소하면 나중에 무죄가 선고될 거고, 검찰이 무리해서 수사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강경파는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여지가 있다면 엄히 처벌해야 하고,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두 개의 의견을 보고받은 황 장관은 검찰에 ‘선거법은 법리 검토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수준의 의견을 전했다. 대립하는 두 의견 사이에서 장관이 한쪽 편을 든 모양새가 됐고 이는 오해의 불씨가 된 게 사실이지만 외압으로 규정할 만큼 노골적인 수사 개입은 아니었다.
이번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없어진 뒤 특수-공안 검사들의 연합팀이 진행했다. 앞으로도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될 일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될 팀이 내부에선 치열하게 논쟁해도 외부에는 단일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결국 이번처럼 엉뚱한 불협화음이 일어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검찰은 전 정권 사정(司正) 성격의 여러 대형 수사를 동시에 지휘하고 있다. 원전비리, 원 전 원장 개인 비리, 4대강 담합 사건 등이다. 지금은 순항하고 있지만 결정 과정에서 이번 수사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각각의 수사 결과는 또 다시 정치 공방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최예나 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