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켄트 콜더 美존스홉킨스대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 방한
켄트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라이샤워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이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저서 ‘신대륙주의’ 한국어판을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 한국어판을 처음 전달받은 그는 책을 살펴본 뒤 만족감을 나타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켄트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라이샤워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사진)은 10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의 첫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표리부동한 행동(double game)’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잊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가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를 약속했지만 미국의 첨단 기술을 노리는 중국이 특수부대를 활용해 해킹을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 큰 성과가 없다고 평가 절하한 미국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중국 언론은 새로운 주요 2개국(G2) 관계가 구축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콜더 소장은 특히 이런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를 저서인 ‘신대륙주의(New Continentalism)’라는 틀로 설명했다. 한국어판 출판에 맞춰 방한한 그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의 중심축인 유라시아 대륙과 각국의 관계 변화가 국제사회 질서 변화의 배경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3월 첫 해외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해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과 관련해 약 300억 달러(약 33조8700억 원) 규모의 통상계약을 체결한 것은 중국의 에너지 수요 급증과 무관치 않다. 반면 셰일가스 혁명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2005년 이후 60% 이상에서 39% 미만으로 떨어진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고 있다. 에너지의 보고인 유라시아 지역과의 관계가 자국의 필요에 따라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역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북한에 가로막힌 ‘전략적인 섬(strategic island)’이라고 지칭한 콜더 소장은 “만약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도 대륙과의 접촉을 강화해 경제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정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핵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에 이번 회담의 무게를 뒀다. 그는 또 “중국이 북핵을 인정한다면 일본의 핵무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지도자가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장단에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