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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벅지… 짐승남…10가지 근육에 달려 있다

입력 | 2013-06-10 19:47:00


우람한 근육에 높은 점수를 주든, 조각상처럼 매끈하게 빠진 근육에 열광하든 개인 선호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의 근육미는 보는 이의 찬미 대상이 돼왔다. 최근에는 여성까지 건강하고 탄성 있는 근육 만들기에 합류하면서 바야흐로 근육 전성시대가 된 느낌이다.

그런데 정작 이 열풍의 직접 대상인 근육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몸에는 크게 골격근, 민무늬근(평활근), 심장근이라고 부르는 세 종류의 근육이 있다. 민무늬근은 우리 몸의 호흡이나 소화 등을 담당하는 근육으로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저절로 움직이기 때문에 불수의근(不隨意筋)으로도 부른다. 심장근은 심장을 구성하는 특수한 형태의 근육으로, 역시 불수의근이지만 형태적으로는 민무늬근보다 골격근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골격근은 우리 의지에 따라 움직이면서 몸의 바깥쪽을 둘러싼 근육이다. 바로 이 골격근이 근육운동의 대상이 된다. 골격근은 다시 빠르게 수축하는 성질을 가진 속근(速筋)과 상대적으로 느리게 수축하는 성질을 가진 지근(遲筋)으로 나뉜다.

속근은 모세혈관이 적어 흰색을 띤다. 그만큼 산소 공급이 적어 쉽게 지치지만,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는 데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속근은 단거리 육상 선수나 역도 선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지근은 모세혈관이 풍부해 붉게 보인다. 그만큼 산소 공급이 원활해 피로감이 덜하기 때문에 장거리달리기처럼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에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근육 분포를 보면, 속근은 좀 더 깊이 있는 지근에 비해 주로 피부 아래층에 위치한다. 이런 이유로 단거리 육상선수 근육이 마라톤 선수보다 더 단단하고 우람하게 보인다.


우리 몸의 640개 근육

속근과 지근 비율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장거리달리기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지구력은 부족하지만 강한 힘을 타고나는 것이다. 인종에 따라서도 속근과 지근 비율이 다른데, 흑인은 다른 인종에 비해 속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올림픽 100m 달리기 결선에서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흑인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의 골격근 수는 정확히 206개로 조사된 뼈와 달리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독립된 근육인지, 아니면 다른 큰 근육의 일부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근육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전문가에 따라 약간씩 다른 수치를 제시하지만, 대체로 우리 몸엔 약 640개의 근육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가 어떻든 이 많은 근육이 모두 운동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중 20개 정도 근육만 운동 대상이 된다. 좀 더 압축해 다음의 10개 근육만 어느 정도 발달시킨다면 어디에서도 내세울 수 있을 만큼의 근육미를 갖추게 된다.

먼저 상체에서는 우람한 가슴을 만드는 대흉근, 당당한 어깨를 결정짓는 삼각근, 그리고 묵직한 등판과 매력적인 옆라인을 만들어주는 승모근과 활배근이 있다. 또 남성미의 상징과도 같은 강인한 팔을 만들어주는 이두박근과 삼두박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다음 하체로 가면, 가장 먼저 소위 꿀허벅지의 비밀인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과 우직한 남성미를 보여주는 종아리의 비복근이 있다. 여기에 탄성이 넘치는 엉덩이를 보장하는 대둔근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짐승남의 상징처럼 돼버린 빨래판 복근을 더하면 완전한 근육미가 완성된다.

그러면 이 근육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가슴 앞쪽을 장식하는 대흉근(大胸筋·큰가슴근·pectoralis major)은 우람한 남성의 위풍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부챗살 모양의 매우 큰 근육이다. 여성도 이 근육을 운동하면 비록 가슴 크기는 커지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매우 탄력적인 가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삼각근(三角筋·어깨세모근·deltoid)은 어깨 곡선을 만드는 근육으로, 특히 남성의 당당한 모습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힘깨나 쓰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어깨’라고 하는데, 바로 이 근육이 잘 발달된 분위기를 표현한 말이다.

승모근(僧帽筋·등세모근·trapezius)은 목 뒤쪽과 등 위쪽 절반을 덮은 근육으로 이른바 듬직한 등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trapezius’란 원래 부등변 사각형(마름모꼴)을 뜻하는 trapezoid에서 나온 말로, 이는 이 근육의 우리말 용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모 모양의 좌우 두 근육이 합친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승모근이란 이름은 가톨릭 수도회 가운데 하나인 카푸친회 수도승이 착용한 세모꼴 두건에서 연유한 것으로, 렘브란트의 1660년도 그림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흔히 승무(僧舞)에서 사용하는 승려의 고깔 모자 모양과 관련짓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잘못됐다.


힘든 근육운동의 목표점

활배근(闊背筋·넓은등근·latissimus dorsi)은 등의 중간과 아래쪽을 넓게 덮은 근육이다. 광배근(廣背筋)이라고도 한다. 양팔을 넓게 벌리고 보무도 당당하게 걸을 수 있게 해주는 근육이다. 남성들의 로망인 역삼각형 몸매를 만들려면 일단 허리가 가늘어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깨에서부터 활배근으로 내려오는 선이 잘 발달해야 한다.

이두박근(二頭膊筋·위팔 두 갈래근·biceps brachii)은 팔 앞쪽 근육으로, 흔히 알통이라 부르는 부분이다. 굵은 알통이야말로 남성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데, 특별한 운동 없이도 선천적으로 잘 발달한 사람이 많다.

삼두박근(三頭膊筋·위팔 세 갈래근·triceps brachii)은 이두박근과 대칭적으로 팔 뒤쪽에 위치한 근육이다. 완전한 팔 근육을 만들려면 반드시 발달해야 하는 부위인데 운동 없이는 매우 어렵다.

대퇴사두근(大腿四頭筋·허벅지 네 갈래근·quadriceps femoris)은 허벅지 앞쪽을 이루는 강하고 큰 근육을 말한다. 스케이트 선수들의 꿀허벅지가 바로 이 근육의 발달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복근(장딴지근·gastrocn- emius)은 씨름선수 이만기 근육으로도 알려졌다. 선천적으로 발달한 경우가 많은데, 옛날에는 지게꾼 근육이라고 해서 이 근육이 발달한 사람을 약간 폄하하기도 했다.

대둔근(大臀筋·큰엉덩이근·glutaeus maximus)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으로 근육주사를 맞는 부위로 이해하면 쉽다. 이 근육은 탄력 있으면서도 섹시한 몸매를 만드는 데 큰 구실을 한다. 유전적 차이가 크다.

복근(腹筋·배근육·abdominal)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근육이다. 빨래판 근육, 식스팩 등 다양하게 불리면서 매력 있는 짐승남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근육이 주는 매력이 얼마나 강한지 최근에는 여성 사이에서도 복근 만들기가 유행할 정도다.

자! 이렇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근육 10개와 친해진다면 힘든 근육운동의 목표점도 한결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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