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리 낳는 유착… 감독체계 바꾸자
윤상직 장관, 평택화력본부 방문 9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서부발전㈜ 평택화력본부를 방문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 왼쪽)이 서부발전 관계자에게서 최근 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런 가운데 9일 원전 부품업체인 KJF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을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을 통해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호기에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 원전 사업자에게 예산 받는 감시기관
원전의 감시 감독을 맡고 있는 기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아 쓴다.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감시해야 할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예산 때문에 한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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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업체 출신들이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요직을 맡고 있는 점도 문제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422명 가운데 16%인 68명이 원전 관련 업체 출신들이며 주로 전문위원, 본부장 등 간부급 직책을 맡고 있다. 이와 별도로 SK건설,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등 원전 건설과 관련된 기업 출신들도 29명에 이른다. 한국원자력학회의 한 교수는 “원전 건설에 필요한 지식, 경험은 감시 감독에 필요한 것과 다르다”면서 “원전 감시에 ‘까막눈’인 이들이 많다 보니 업체와 유착 우려는 높아지고 전문성은 낮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감시 감독 인력 부족도 원전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 3월 기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직원은 총 503명. 국내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모두 28기로 원전 1기당 17.9명이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원전 1기당 47.2명이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캐나다는 물론이고 프랑스(37.8명), 미국(37.7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허술한 한국 원전의 건설 및 관리 시스템에 대한 해외의 우려 섞인 시각도 커지고 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원전을 발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당국이 최근 원전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에 원전 건설 공정 매뉴얼을 정확히 지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원전부품 성적서 위조 추가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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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품은 액체류를 순환시키는 열교환기와 수십 개의 파이프를 연결해 고정하는 부품이다. 한수원은 5월 7일 두산중공업에서 이 부품을 납품받아 검사하는 과정에서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밝혀내 이달 3일 두산중공업에 부품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KJF가 제출한 시험성적서는 원본과 화학 성분의 함유량 표기가 달랐고 부품 원료를 공급한 업체의 직인도 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열교환기 튜브시트는 최근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제어케이블에 비해 원자로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非)안전 계통의 부품이지만 당장 새 부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원전비리 수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8월 10일까지 2개월간 원전 비리를 제보하거나 자수한 사람은 잘못이 있더라도 입건·기소하지 않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등 처벌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문병기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