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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여름의 자세

입력 | 2013-06-05 03:00:00


여름의 자세
―김성대(1972∼)

여름, 물속에서 안고 있던 자세를 어느 날, 기억해 냈다

여름, 물속에서 안고 있던 자세로 잠이 들었다
모래알이 물결에 씻기는 여름,

잠 속으로 떠내려온 모래알
따뜻한 물결 위를 떠다녔다
발이 닿지 않았지만

많은 여름은 놓아두고
잠깐 동안의 자세가 여름으로 떠오르는지

하나의 해바라기를 위해 모두가 푸른
여름,
오래전 빛 속에서
물결 가득한 빛 속에서

잠시 그가 되는 일
모래는 하나의 여름을 향하여 흐르고
그 여름의 나는 오늘을 이해한다


강이 됐든 바다가 됐든, 물속에 풍덩 뛰어들어 물장구치고 노는 여름의 맛! 후끈한 대기, 달아오른 몸뚱이, 따뜻한 물살. 여름날의 열기와 물결과 내가 한 몸이 된다! 거기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다면, 그래서 두 마리 인어처럼 물속에서 얼싸안고 있었다면! ‘물결 가득한 빛 속에서’ 모래알도 반짝이며 떠다니고. 그 아름다웠던 여름을 어찌 잊으랴. 벌거벗은 여름, 푸른 여름, 그 여름의 자세를! 태양의 자세, 물결의 자세, 모래알의 자세까지 생생하다네. 온몸으로 느끼던 그 여름날의 쾌락을 화자는 나른하고 달콤하게 되새긴다. ‘그 여름의 나는’ 이해하리라. 여름의 자세로 잠이 들어 ‘잠시 그가 되는’ 오늘의 나를. 여름의 자세는 젊음의 자세. 이 여름예찬 시는 젊음예찬 시이기도 하다.

물놀이의 계절, 여름이 시작됐다. 집에서 가까운 개울가로 매일 산책 다니는 친구 말이, 여름이면 개울가인지 고깃집 거리인지 모를 지경으로 사람들이 개울을 따라 줄줄이 자리 잡고 앉아서들 고기를 구워 잡순단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면 고기를 구워 먹고 싶어지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누가 경치 좋은 곳에 산다고 하면 대뜸 “거기 고기 구워 먹어도 돼요?”라고 묻는 사람을 나도 여럿 봤다. 그 사람들은 “고기 구워 먹기 좋다”를 그 공간에 대한 최대의 찬사로 여기는 것 같다. 에…, 맑은 계곡 물가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건 물놀이가 아닙니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