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육청 ‘정약용 프로젝트’ 논란
3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매달 바람직한 인성을 기를 수 있는 행동을 지정하고 반별로 이를 잘 지킨 남녀 학생을 1명씩 뽑아 ‘품격 어린이상’을 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정약용 프로젝트에 맞춰 학교별 미션을 수행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학교는 6월의 모범행동으로 ‘추임새 하기’를 정했다. 대화하거나 교사 말을 들을 때 긍정적인 추임새를 넣는 학생을 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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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은 초등학교에는 ‘동화책 나눠 읽기’와 ‘주 1회 감사편지 쓰기’ 등을, 중학교에는 ‘1일 1선행 하기’와 ‘친구 장점 찾아 칭찬하기’ 등을 정약용 프로젝트의 예로 들었다. 고등학교에는 ‘학급 1인 1역할 실천하기’ ‘고운 말로 대화하기’ 등을 예로 제시했다.
이런 예시를 토대로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1∼6학년 학년별로 ‘우유팩 재활용하기’ ‘자기 물건 스스로 정리하기’ ‘자기 물건에 이름 쓰기’ ‘동전 모아 불우이웃 돕기’ ‘폐건전지 모으기’를 중점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청에서 하라고 하면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것이 학교의 처지이지만 재활용은 굳이 학생들이 나서지 않아도 잘 이뤄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중점 과제가 인성교육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꼬집었다.
또 시교육청이 유아 인성교육을 한다며 일선 유치원에 배포한 걸개그림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 그림은 정직은 ‘피노키오’, 약속은 ‘사자와 여우’, 용서는 ‘장발장’ 등으로 상징화했다. 그러나 요즘 유아의 취향과 눈높이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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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약용 프로젝트는 주입식 교육 대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인성교육을 위해 마련했다”며 “인성교육과 동떨어진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 정약용 프로젝트의 취지를 다시 알리고 바람직하게 운영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청과 학교가 모두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서울시교육청의 인성교육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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