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규정된 수업 진도보다 앞선 교과내용을 학원에서 지도할 경우 이는 정상적인 공교육 운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규정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교육 과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다. 교사이자 학부모인 A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A 씨가 딸의 손을 잡고 지역 보습학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2학기 시작 전이었다. 딸의 1학기 성적을 본 A 씨는 충격에 휩싸였다. 영어 수학 점수는 70∼80점대. 일부 과목은 50점대로 곤두박질쳤다. 학원이라면 무조건 거부하던 남편도 ‘학교 공부만으로는 아무래도 성적 유지가 어렵겠다’고 판단해 영어와 수학을 1학기 선행학습하는 학원에 딸을 보내기로 했다.
교육열이 서울 강남 못잖게 뜨거운 경기 분당지역의 학교 중 특히 학업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딸의 학교는 시험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된다고 A 씨는 생각했다.
현재 중학교 1, 2학년에 이른바 ‘절대평가’(성취평가제)가 실시되는 만큼 학교 시험은 개별 학생이 교육목표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하는 수준이면 충분하지만 ‘시험을 더 어렵게 출제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구가 워낙 거세 교사도 어쩔 수 없이 문제를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A 씨의 분석이었다. 특히 학교시험에서 출제비율이 확대된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모두 맞히려면 사실상 학교 수업만으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A 씨가 1년 동안 딸을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을 시킨 결과는 어땠을까. 딸이 한 달 전 치른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국어 96점, 영어 84점, 수학 78점. A 씨 부부가 놀란 점은 딸이 학원에서 선행학습 수업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즐긴다’는 사실. A 씨는 “평소 딸에게 수학을 가르쳐줄 때도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며 최대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려고 했는데, 딸은 핵심 개념과 문제 풀이방법을 콕콕 짚어주는 학원의 강의 방식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