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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의 미스김으로 국민언니 등극 김혜수

입력 | 2013-05-29 07:00:00

“쉴 땐 아줌마 몸매”




‘직장의 신’은 김혜수의 섬세한 코미디 연기가 빛난 작품이다. 빨간 내복을 입고 과감한 동작을 선보이는 ‘미스김’(작은 사진) 덕에 시청자들은 포복절도했지만 김혜수는 “좀더 현란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쉬워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혜수(43)를 만났다는 이들은 대부분 첫인상부터 압도당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누구는 “처음 본 순간 무의식적으로 기립했다”고 했고, 다른 이는 “인터뷰를 하는데 떨려서 질문을 잇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사진을 찍는데 숨이 멎는 것 같았다”는 사진기자도 있었다.

2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사진을 찍을 땐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꼭 맞는 재킷 대신 헐렁한 카디건으로 갈아입었다. ‘아름답다’는 칭찬에는 코를 찡긋거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헤헤, 화장발….” 이 언니, 소문과 달리 귀엽다.

김혜수는 최근 종영한 KBS2 월화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 역을 맡았다. 포클레인 운전과 비행기 수리, 조산사 자격증까지 있는 미스김은 모든 업무에 능한 슈퍼우먼이다. 정규직을 ‘노예’라고 말하는 그는 저녁 6시면 칼퇴근을 하고 회식을 거부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입니다만” 같은 미스김 말투가 유행하고 “회사란 생계를 나누는 곳이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다” “회식은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다” “계약직은 계약된 일만 하면 된다. 쓸데없는 책임감으로 오버했다간 자기 목만 날아간다” 같은 촌철살인 어록이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김혜수는 드라마의 첫회 대본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오랜만에 무척 애틋한 감정을 준 작품이다. 종영 일주일도 안 됐는데 스태프와 미스김이 보고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

“일본 원작이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고, 그걸 우리 정서에 맞게 잘 각색했어요. 미스김은 약자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에요. 비현실적이지만 멀지 않게 느껴지는 인물이죠. 내 평생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마 내가 미스김을 연기하며 위로받았던 것처럼 시청자들도 그랬던 거 같아요.”

드라마에서 김혜수는 섹시스타 이미지를 버리고 과감하게 망가졌다. 빨간 내복을 입고 과장된 동작으로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를 패러디하는가 하면, 노래방 회식에서는 격렬한 ‘탬버린 신공’을 펼쳐 화제가 됐다.

“뭘 해도 동작이 크고 현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탬버린 장면은 촬영 당일 탬버린 전문가가 왔는데 제대로 배우려면 6개월이 걸리는 기술이라, 결국 인터넷으로 일본의 탬버린 달인 영상을 보고 따라 했죠.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수당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탬버린 장면만 6시간을 찍었는데 힘들어서 쓰러질 뻔했어요.”

제작진에 따르면 내복 신을 비롯해 몇몇 장면에서 그는 스태프가 “그만해도 된다”고 만류할 만큼 몰입했다고 한다. 몸을 사리지 않은 탓에 상처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부장과 유도 장면을 촬영하다 어깨가 탈골됐다. 매일 ‘아이고 아파라’를 입에 담고 다녔다면서도 “요즘 불혹의 나이가 넘어 액션배우로 거듭났다”며 자랑했다.

‘건강미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운동을 좋아하진 않는다. “작품을 쉬는 동안에는 애 잘 키워낸 엄마처럼 건장한 몸매로 지낸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승부욕은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부족함은 “다른 연기자와 스태프의 도움으로” 채운다고.

“예전에는 나한테 부족한 것을 극복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생각했다면 이젠 스스로 괜찮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것도 있고 결코 나아지지 않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성장만을 염두에 둔다면 삶이 너무 피폐해질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연기생활 하는 동안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2, 3등을 한다고 해서 불편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아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