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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災 휘말린 오바마… 예외없는 ‘집권2기 저주’

입력 | 2013-05-27 03:00:00

재선서 낙승한 美 대통령들… 집권 2기 각종 스캔들-사고로 얼룩
오바마도 재취임 5개월만에 게이트급 3대 악재로 국정 난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저주’ 징크스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미 정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의 보수 시민단체 표적 세무조사, 언론 사찰, 중앙정보국(CIA)의 벵가지 보고서 조작 논란 등 3대 악재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 그 징후라는 것이다. ‘집권 2기 저주’는 재선한 미 대통령들이 스캔들과 반대당의 의회 장악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 현상을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가 시작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총기규제 부결, 지지부진한 재정절벽 협상 등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현안이 많아 앞으로 남은 기간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세기 이후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은 총 10명으로 대부분이 집권 2기에 평지풍파를 겪었다. 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크게 높였지만 2기에는 공화당의 상원 장악으로 국제연맹 가입이 부결돼 무력한 시간을 보냈다. 전쟁 영웅 출신인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경기침체로 인기가 급속히 악화됐다.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은 수렁에 빠진 베트남전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집권 2기 저주는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 정점을 찍었다. 공화당 출신의 닉슨은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최초로 자진 중도하차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인질 협상을 위해 이란과 비밀협약을 맺고 무기를 넘겨준 ‘이란 콘트라 스캔들’로 고전을 겪었다.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장기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대응, 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리크게이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방조 등으로 집권 2기에는 사실상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

2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3대 스캔들에 휩싸인 오바마 대통령의 고전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IRS 청장이 사임했는데도 표적 세무조사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AP통신 외에 폭스뉴스 기자까지 언론 사찰의 대상이었다는 점이 추가로 드러나 언론 탄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조지 윌 칼럼니스트는 “3대 악재가 오바마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역시 집권 2기 저주의 희생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3대 토머스 제퍼슨 등 전설적 대통령도 각각 영국과의 무역협정, 무역금지법안으로 힘든 집권 2기를 보냈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 대통령만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대통령학 전문가 알프레드 자허는 “미 역사상 집권 1기보다 2기에 더 좋은 평가를 얻은 대통령은 제임스 매디슨과 앤드루 잭슨 단 2명뿐”이라고 분석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