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만들며 푼돈 벌고 살것인가… 최고품질로 큰 시장 뒤흔들것인가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수출기업으로 성장한 청소용품 전문기업 리빙휴 김상구 대표(가운데) 가족이 22일 경기 파주시 월롱면 리빙휴 본사에서 자사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들 봉준 씨(왼쪽)와 아내 류숙녀 씨가 회사 운영을 돕고 있다. 파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994년 겨울 어느 날 밤 가장은 아내와 아들 둘을 불러 모았다. 가내수공업으로 대걸레를 만들어 팔며 월 100만 원 남짓 수익을 올리는 가족이었다.
“지금까지 번 돈, 그리고 내가 군 하사관 생활 하며 모은 돈에 우리 땅도 팔자. 그 돈으로 기계를 사고 창고도 얻어 사업을 키워보자.”
광고 로드중
매출 100억 원대를 올리며 폴란드와 일본 등에 수출하는 청소용품 전문 기업 리빙휴의 탄생 스토리다. 김상구 대표(67)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리빙휴는 없었을 것이다. 김 대표는 가내수공업이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정직한 도전’을 꼽았다.
1982년 36세의 김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청소도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친척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사온 걸레용 철판에 따로 구입한 실을 일일이 꼬아 붙여 대걸레를 만들어 동대문시장에 납품했다. 매일 집에서 아내와 동네 아주머니 2, 3명이 대걸레를 조립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가정에서 못 입는 내의 등을 잘라 걸레나 수건, 행주로 사용했다. 청소도구 시장은 규모도 작고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난립해 품질도 떨어졌다. 김 대표가 만든 제품도 손으로 작업했던 만큼 품질이 떨어지거나 모양도 제각기였다.
김 대표는 청소도구 시장이 점점 커지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찾는 수요도 늘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걸까. 온 가족을 고생시켜 이렇게 푼돈을 버는 게 최선일까.’ 고민하던 김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광고 로드중
김 대표는 또 “단가가 많이 들더라도 절대 싸구려 실인 ‘잡사’는 쓰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품질이 떨어지는 잡사를 구해 눈대중으로 걸레를 만드는 대신 정품 실공장과 직거래를 했다.
또 걸레 올이 쉽게 풀리지 않도록 꼬는 시간을 다른 회사보다 2배로 늘렸다.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대걸레는 잡사로 만들고 실도 충분히 꼬지 않아 몇 번 쓰다 보면 금방 실이 풀리기 일쑤였다. 걸레 한 올은 꼭 15가닥으로, 걸레 하나의 무게는 360g으로 맞췄다. 비수기나 물량이 부족할 때도 이 기준을 꼭 지켰다.
현금 거래를 고집한 것도 김 대표의 원칙이었다.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무모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대금을 현금으로 주면서 더 싼 가격에 원재료를 사올 수 있게 돼 품질을 개선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 곧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짝퉁’ 제품이 생겨난 것이다. 일부 업체들이 포장을 비슷하게 베껴 도매시장에 저가로 납품하는 일이 벌어졌다.
광고 로드중
“도전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안주하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한 우물만 파며 세계 시장 개척에 힘쓸 겁니다.”
파주=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