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북한 김정은의 특사 최룡해를 만나 “국면이 어떻게 변하든 유관 각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유관 각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룡해는 “유관 각국과 함께 노력해 6자회담 등 여러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관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고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 보호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시 주석에게 보낸 친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룡해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중이 대화를 언급하기는 했으나 강조점은 확연히 다르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거론할 때 관행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시 주석이 김정은의 특사를 앞에 놓고 한 비핵화 발언은 북한에 핵 포기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반면 최룡해는 핵을 거론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비핵화 발언에 호응하는 태도가 아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올 3월에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이 대화를 거론했지만 핵문제는 제쳐두고 북-미 관계 등 다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발로 긴장을 조성해 목적을 달성한 뒤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북한의 상투적 수법이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에도 대화를 언급하며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북한은 그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표명했지만 끝내 회담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북한의 전력 때문에 비핵화 합의 준수가 동반되지 않은 북한의 대화 거론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처럼 보인다. 북한이 대화로 문제를 풀 생각이 있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남북회담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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