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 사회부 기자
그랬던 박 시장이 요즘은 “독해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문제와 관련해서다. 문화재청은 ‘암각화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 침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붙이는 상황. 이는 신임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교수 시절부터 반복해 온 논리다. 박 시장은 지난달 11일 문화재청 주관으로 열린 현장 설명회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울산시는 물이 모자라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와야 한다. 댐 수위를 낮추면 홍수 때 유속이 빨라져 암각화가 더 훼손된다는 수리모형실험 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쌓으면 암각화도 보존하고 맑은 물도 확보할 수 있다는 평소의 생각도 전달했다. 22일 울산의 한 언론이 ‘청와대가 문화재청 방안대로 추진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화재 보호 못지않게 맑은 물 공급도 중요하다’는 게 박 시장의 소신이다. 울산시민들도 박 시장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재청 관계자가 있는 한 울산시의 요구(생태제방 설치)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 역시 ‘맑은 물 공급’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한시적으로 휴전(休戰)을 선언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 기간에 원점에서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확보 대책을 논의하라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싼 문제가 원만히 마무리돼 ‘비둘기와 벗하는 부드러운 박 시장’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