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소속 11명 무대 올려… 대본에 말년 의경 경험담 담아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뭉친 서울지방경찰청 제2기동단 청룡극단 소속 정민우 수경(오른쪽)과 대원들이 19일 친구끼리 서로 사랑하란 의미를 담아 하트 모양을 손으로 만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연극은 왁자지껄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진 패거리가 음악에 재능을 가진 친구의 지갑을 빼앗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일진 중 ‘짱’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피해학생과 음악을 이야기하며 친하게 지냈지만 3학년이 되자 돌변했다. 패거리는 돈을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고 뺨을 때렸다. 쓰러진 친구에게 발길질도 했다.
이날 연극 속 가해학생으로 열연한 정 수경은 학창 시절 자신이 실제 당했던 학교폭력 경험을 연극으로 옮겼다. 그도 연극 속 피해 학생처럼 축구화를 신은 채 발길질을 해대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넌 죽어도 싸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다’라며 퍼붓는 욕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 학생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무대에 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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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 피해 학생은 정 수경과 달리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다.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지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서로 화해하며 연극이 끝난다. 정 수경은 “나는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친구들이 날 더 얕볼까 봐 그리고 교사와 경찰은 거리감이 느껴져 신고하지 못했다”며 “학교폭력 신고가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당당한 일이란 걸 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