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화가 더 위대한가… 男기자와 女기자의 지상논쟁男 “2013 블링블링 화면 굿!”… 女 “1974 인물심리 표현 압권”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바즈 루어만 감독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 당시의 센세이션을 재현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잭 클레이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로버트 레드퍼드와 미아 패로가 주연을 맡은 1974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 파라마운트 제공
▽구가인=1974년 영화는 클로즈업을 자주 활용해 관객이 인물의 심리에 녹아들게 하는 연출이 좋다. 클래식한 음악도 당시 분위기를 잘 살린다. 반면 2013년 작품은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얼룩진 파티와 요란한 음악뿐이다. 왜 이 작품을 3차원(3D)으로 제작했는지도 의문이다.
▽민=CG는 당시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영화의 무대인 번화한 뉴욕 맨해튼과 낙후된 퀸즈 지역의 분위기가 실제처럼 생생하다.
▽민=2013년 작품은 전반적으로 디캐프리오에게 초점을 맞췄다.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줄고 개츠비에게 몰입하도록 한 점이 좋다.
▽구=오히려 디캐프리오에게만 초점을 맞춘 게 아쉽다. 이런 점이 다른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문화 콘텐츠로서 개츠비의 핵심은 그가 살던 시대나 당시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이야기인데, 너무 개인의 로맨스에 집중한다. 1974년 작품이 시대와 개인을 아울렀다. 디캐프리오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늙은 로미오’ 같다. 소설의 개츠비는 32세로 젊고 패기 있는데, 디캐프리오는 중년 사업가 느낌이 물씬 난다. 실제 나이가 39세인데, 더 들어 보인다. 반면 레드퍼드(당시 38세)는 디캐프리오보다 생기 있고 미남이다. 랄프 로렌이 디자인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분홍 슈트도 잘 어울린다. 매력 대결에서 레드퍼드의 완승!
▽민=1974년 작품에서 여주인공인 데이지로 나온 미아 패로의 앵앵거리는 목소리와 포인트 없는 연기가 아쉽다. 영화에서 개츠비와 데이지의 애정선이 중요한데, 패로와 레드퍼드는 서로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2013년 영화에서 데이지로 나오는 캐리 멀리건의 미모가 월등하다. 청순한 외모가 남성 관객에게 간절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구=멀리건의 연기는 너무 단조롭다. 반면 패로의 연기가 신선하다. 신경질적인 모습이 데이지 역과 잘 어울린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없는 여자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
▽구=1974년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각색한 점이 눈에 띈다. 2013년 영화는 원작처럼 개츠비와 데이지가 5년 만에 재회하는데, 1974년 영화는 8년 만에 다시 만난다.
▽민=2013년 영화에는 유머가 살아 있다. 또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 ‘물랑 루즈’(2001년)에서 뮤직비디오 같은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였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루어만 감독이 빚어낸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 같다. 흥행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구=흥행이 어렵다고 본다. 개츠비는 굉장히 미국적인 콘텐츠다. ‘레미제라블’보다 인지도와 보편성이 떨어진다. 승승장구하는 ‘아이언맨’도 장벽이다.
민병선·구가인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