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이처럼 같은 가사에 다른 선율을 붙인 곡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한 차이콥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도 괴테의 시에 슈만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였지만 유독 차이콥스키의 노래가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짧으면 30분, 길면 두 시간 가까운 대곡이 같은 가사로 쓰여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를 비롯한 수많은 대작곡가가 같은 가사에 곡을 붙였다면? 가톨릭교회 미사에 사용되도록 작곡된 ‘미사곡’입니다. 미사곡에서 ‘불쌍히 여기소서(Kyrie)’ ‘영광(Gloria)’을 비롯한 다섯 개 라틴어 가사는 반드시 넣도록 되어 있어 작곡가마다 같은 가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레퀴엠에 대부분 포함되는 부분으로 최후 심판을 묘사하는 ‘분노의 날(Dies Irae)’이 있습니다. 칼럼 끝부분의 QR코드를 찍어 베르디의 ‘분노의 날’을 들어보시면 익숙하게 느끼실 것입니다. 수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음악입니다. 모차르트의 ‘분노의 날’도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기억하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둘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베르디가 재난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놓는다면, 모차르트는 쫓기는 듯한 공포와 초조감을 짙게 전달합니다.
<음원제공 낙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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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