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硏 소장 인터뷰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예측 역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업 경영자가 미래의 방향은 옳게 예측하더라도 변화의 속도를 잘못 예측하면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국내에 흔치 않은 미래학자인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42)은 더 늦기 전에 기업들이 미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과 시장은 점점 더 빨리 변하는데, 최고경영자들의 개인적인 예측 능력이 계속 들어맞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8호(5월 1일자)에 게재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 기업들의 미래 예측 능력은 어떤가.
셸, GE, 지멘스, IBM 같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내부의 미래 예측 팀에 앞을 내다보는 ‘눈’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우리에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기업들의 미래 예측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서 내는 것보다 훌륭하다. 현재 한국 정부나 민간연구소에서 하는 건 미래 예측이라기보다는 소비 트렌드, 문화 트렌드 같은 트렌드 예측 수준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를 잘 봐야 한다. 보통 사람은 내게 불리하게 보이는 것은 늦게, 내게 유리하게 보이는 것은 빨리 올 것이라 느낀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가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가정해야 한다. 속도에 대한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에는 너무 느리게 대응하고 기회에는 너무 빠르게 대응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웅진그룹처럼 그 두 가지 실수를 한 번에 한다. 웅진은 건설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가 회사가 공중 분해됐다. 건설업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너무 느리게 생각했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는 기회가 오는 속도를 너무 빠르게 봤다. 전형적인 속도 판단의 실수다.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기로 한 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속도에 대한 감이 잘못됐다. 만약 웅진에 미래예측 부서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거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된 데는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회장의 위기 예측은 실제로 잘 맞는다. 그는 어떤 점이 특별한가.
“이건희 회장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많은 독서를 하면서 방대한 지식을 쌓았고 경영 일선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또 본인이 관심 있는 산업과 관련해서는 리스크를 잘 잡아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기보다는 경험에서 나온 능력이다.”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회장이 생전에 삼성을 미래형 산업으로 다 전환시킬 것이라 본다. 그 작업은 자식들에게 넘기지 않고 자기 대에서 끝낼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2020년 이후로는 할 수 없다. 그때는 삼성의 주력산업이 바이오 생명산업, 특히 바이오 하드웨어 쪽이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도 삼성이 택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다. 변하지 않으면 삼성도 노키아 꼴이 날 수 있다. 기업이 무너지는 건 어렵지 않다. 천하의 노키아도 5년 동안 헤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소니는 10년 전만 해도 최고였지만 지금은 본사 건물을 파는 처지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매출 201조 원 정도를 올렸는데 이는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거의 60%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전자 순이익의 65%가 스마트폰에서 나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스마트폰 하나가 무너지면 삼성은 무너진다. 삼성도, 이 회장도 그걸 알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도 보통 사람이 못 보는 위기를 본다.”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도 높다. 지난 10년 동안은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사고를 쳤다면 2015년 이후부터는 한국, 중국, 일본이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개인 부채가 많고 일본은 국가 부채가 많다.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다. 언제 터질 것이냐의 문제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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