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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현직 장관까지 EU 탈퇴론 가세… 집권당 양분

입력 | 2013-05-14 03:00:00

취임 3돌 맞는 캐머런 총리 난관




영국 보수당 정권에서 유럽연합(EU)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강경파와 전직 관료들에 이어 현직 장관들까지 탈퇴론을 찬성하고 나섰다. 탈퇴론 논쟁으로 집권 보수당이 내분에 빠지면서 11일 취임 3주년을 맞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어려움을 맞고 있다.

캐머런 내각에서는 처음으로 마이클 고브 교육장관과 필립 하먼드 국방장관이 12일 “지금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탈퇴에 찬성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고브 장관은 “EU와 영국의 관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먼드 장관은 “EU 회원국으로서 영국의 자격에 큰 변화가 없으면 EU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크리스 그레일링 법무장관, 이언 덩컨 스미스 노동·연금 장관, 오언 패터슨 농업장관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2017년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이 주로 제기해온 EU 탈퇴론은 최근 전직 관리들까지 가세하며 불이 붙은 상황이다. 마이클 포틸로 전 국무조정실장은 “캐머런 총리의 EU 협상론은 진실성이 없다. 당장 EU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나이절 로슨 상원의원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오히려 경제적 기회가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탈퇴론자들은 영국이 EU에서 나오면 한 해 130억 달러에 이르는 EU 예산 분담금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농업 금융 세제 등의 공동규제에서 벗어나 독립권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구제금융 증가로 늘어난 막대한 부담금도 줄일 수 있다는 것.

반면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13일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EU 회원국 지위가 영국 운명에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EU를 떠날 경우 우리의 문제 대부분이 EU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탈퇴론을 둘러싼 내분이 커지면서 캐머런 총리도 정치적 위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캐머런 총리는 EU 잔류를 주장하는 연정 내 자민당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캐머런 총리는 EU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연 100억 파운드(약 17조 원)의 경제적 이득이 영국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탈퇴론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다.

한편 2월 파이낸셜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EU 탈퇴에 찬성했다. 잔류파는 33%였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