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번안극 ‘라오지앙후 최막심’ ★★★☆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이주해온 연해주의 한 마을을 보여주며 자유를 열망하게 만드는 시대적 상황과 삶의 질곡, 억압을 이야기한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극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연해주에 위치한 상상의 마을 ‘앵화촌’이다. 원작의 배경은 터키와 그리스 사이에서 참혹한 분쟁을 겪고 있던 1800년대 말 크레타 섬이었다. 작가는 터키와 전쟁 중인 크레타의 분위기와 일제강점기 연해주로 이주한 우리 민족의 모습을 연결지었다. 앵화촌 마을 사람들은 독립운동을 하러 나간 아들과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남기 위해 아편농사를 짓는다. 이곳에 광산사업을 하러 온 지식인 김이문은 최막심을 만난 뒤 책을 집어던지고 마을 사람들의 애환 어린 진짜 삶과 마주한다.
시대적 배경이 다른 탓인지 낭만적인 자유를 다뤘던 원작보다 극은 분위기가 처지고 어두워졌다. 광기 충만한 조르바의 경쾌한 춤사위 대신 최막심은 아코디언을 처연히 연주하고 무거운 주제의식이 담긴 대사를 뱉는다. ‘민족’ ‘나라’ ‘조국’이 들어간 대사가 유난히 많은데 최막심은 이런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마을 사람들은 독립운동을 하던 남편과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미쳐간다. 죽은 남편이 일본인이었던 로사는 마녀사냥을 당한다.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최막심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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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