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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충남 해미읍성 담쟁이넝쿨 제거 논란

입력 | 2013-05-01 03:00:00

서산시 “성벽 보존위해 불가피”… 시민들 “성곽 고풍스러움 사라져”




담쟁이넝쿨이 뒤덮은 해미읍성. 서산시가 안전진단을 위해 넝쿨을 제거하기 시작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산시 제공

충남 서산시의 관광 명소인 ‘해미읍성(사적 제116호)’의 성벽 1.8km에는 담쟁이넝쿨이 무성하다. 담쟁이넝쿨은 성 전체를 고풍스럽고 운치 있게 만들고 있다. 여름이면 성곽의 절반가량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이 명물이 사라지고 있다. 서산시가 성벽의 구조물 정밀진단을 위해 담쟁이넝쿨을 17일까지 모두 걷어내기로 하고 지난달 22일부터 제거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는 성벽에서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에 진단을 의뢰한 결과 읍성의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고, 안전진단을 위한 계측을 위해 담쟁이넝쿨을 제거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배부름 현상이란 성벽의 중간 부분이 위와 아래에 비해 볼록하게 돌출되는 것.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담쟁이넝쿨 줄기가 성벽 내부까지 파고들어 정교하게 쌓였던 내부 석축들을 조금씩 밀어내면서 배부름 현상을 초래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담쟁이넝쿨은 오랜 기간 성벽에 자생하면서 굵기가 지름 5cm 이상 될 정도로 크고 거칠어졌다. 그동안 시에서 다듬고 잘라 주기도 했으나 번식력이 강해 점차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자랐다.

담쟁이넝쿨 제거 작업이 시작되자 서산시에는 “왜 담쟁이넝쿨을 제거하느냐”는 항의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담쟁이넝쿨 제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그대로 두면 시야를 가려 성곽 고유의 멋과 가치를 느낄 수 없다”는 찬성론과 “해미읍성의 고풍스러움을 더는 맛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대론이 엇갈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성곽의 훼손 등 변화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원형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정밀 실측과 정기적인 계측을 위해서는 담쟁이넝쿨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며 “읍성 보존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됐고 1886년 천주교 박해 때 이곳 관아로 100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잡혀 와 고문과 처형을 당한 성지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