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치’
DBR 그래픽
영화 ‘우먼 인 레드’ 포스터.
지난해 프랑스 남브르타뉴대 연구진은 빨간색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들을 진행했다. 우선, 다섯 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웨이트리스 11명에게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티셔츠를 입힌 후 이들이 받는 팁 액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자 손님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에게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비단 옷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티셔츠 대신 빨간색 립스틱이나 빨간색 머리띠, 핀 등의 장신구를 가지고 진행한 유사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웨이트리스가 빨간색 옷이나 장신구를 착용하면 남자 손님들은 그들에게 어김없이 더 많은 팁을 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빨간색으로 치장한 여성이 더 섹시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들의 암컷은 배란기에 가까워지면 혈류량이 증가해 피부의 주요 부위가 붉은색을 띠게 된다. 이렇게 붉어진 피부는 수컷들을 유혹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바로 이런 점이 빨간색이 매력적인 색으로 보이게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 빨간색만 봐도 인체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
빨간색이 이성을 유혹하는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빨간색을 보면 힘이 증가하고 근육의 반응 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단거리 육상이나 높이뛰기, 역도처럼 순간적인 힘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스포츠에서 빨간색을 사용하면 실제보다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로체스터대 앤드루 엘리엇 교수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헹크 아르츠 교수는 빨간색을 접할 때 인체의 근육과 속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볼 목적으로 2011년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먼저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 후 한 집단의 학생들에게는 빨간색으로 쓰인 숫자를 읽게 한 후 금속으로 된 잠금장치를 주고 스스로의 힘으로 열도록 지시했다.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회색으로 된 글자를 읽고 잠금장치를 열게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선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빨간색으로 쓰인 ‘꽉 쥐다(Squeeze)’라는 단어를 보고 악력기를 쥐게 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파란색으로 된 단어를, 세 번째 그룹에는 회색으로 된 단어를 각각 보고 악력기를 쥐게 했다. 놀랍게도 첫 번째 실험과 두 번째 실험의 결과가 일치했다. 빨간색을 보고 난 그룹이 금속으로 된 잠금장치를 더 빨리 열었으며 악력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빨간색을 접하면 ‘위험하다’는 개념이 활성화하기 때문에 근육이 빠르게 반응한다.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혈류의 흐름이 빨라져 얼굴이 붉어지고 순간적으로 힘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빨간색이 피와 관련돼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생명과 연관돼 있는 피는 매우 강렬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피가 보이면 순간적으로 생각이 변하게 된다. 실제로 싸움 중에 누군가 피가 나면 싸움이 한층 격해지곤 한다. 심지어 직접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선혈이 낭자하다’ ‘피가 튄다’ ‘핏발이 선다’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처럼 피와 관련한 표현을 듣거나 읽기만 해도 강한 에너지가 나올 수 있다. 이처럼 빨간색은 이성을 유혹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힘과 스피드를 내게 만드는 색이기도 하다.
태권도, 레슬링 등과 같은 경기에서 빨간색 옷을 입으면 훨씬 유리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뮌스터대 연구팀은 2005년 진행한 실험을 통해 빨간색이 심판의 판단에 영향을 줘서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에게 유리한 판결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일한 태권도 경기에 대한 심판의 채점이 선수가 빨간색 옷을 입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뮌스터대 연구팀은 태권도 심판 42명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했다. 참가자로 모집된 심판들은 평균 8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태권도 실력을 가진 남자 선수 5명의 경기 동영상을 찾은 뒤 이들의 장비 색을 빨간색 혹은 파란색으로 조작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인 심판들에게 각 선수에 대해 채점을 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가 파란색 옷을 입은 선수보다 일관되게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심판들은 판정 과정에서 결코 유니폼 색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 빨간색의 힘
색깔을 이용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유한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브랜드의 특성과 색상을 어떻게 매치시키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색상을 활용한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빨간색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빨간색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빨간색이 지닌 힘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지도 모른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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