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사업’
배추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한 농촌진흥청 연구팀이 온실에서 농산물 관련 연구를 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총 투자액은 약 1조 원이며 연간 연구 인력만 4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2년간 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농업생명공학기술이 개발돼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농진청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성과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 신품종, 신물질 개발 앞장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품종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고추와 육종’의 윤재복 대표 연구팀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이 대표적이다. 아시아지역에서 피해가 심각한 고추 탄저병은 한국 농가에도 매년 약 1000억 원의 피해를 주는 식물 전염병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최영훈 박사팀도 감귤의 껍질을 이용해 독성이 전혀 없는 ‘바이오 겔’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 겔은 각종 화장품의 원료, 인공피부 등 의료용 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친환경농약, 비만억제 건강보조식품 등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 동식물 게놈프로젝트 착착 진행 중
장기이식 같은 생명공학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건국대 윤익진 교수팀 등 국내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6월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25일, 신장 이식 원숭이는 24일간 생존했다.
이 연구 역시 차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뿐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장기를 이식받은 원숭이가 25일간 생존했다는 것은 급성 면역거부반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관련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 유전체 해독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문정환 박사팀은 배추 유전체의 염기쌍 2억8400만 개를 해독하고 4만1174개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문 박사는 “이 배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면 새로운 품종, 유전자변형(GM) 작물 등을 개발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보다 비싼 新종자 개발에 4911억 투자”…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
이 청장은 또 △종자산업 △바이오신약 △인체장기 분야 등이 향후 농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보다 비싼 신(新)종자를 개발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 사업에 10년간 총 4911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자를 20개 이상 개발할 계획”이라며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신약생산 기술개발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농진청은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악(惡)’ 중 하나로 꼽은 불량식품을 척결하기 위해 농산물 생산단계부터 안전성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이 청장은 “화학비료, 농약 등을 적게 사용하고도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농민들에게 적극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