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 근로의 오해와 진실
야근이나 휴일근무 같은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한 뒤 조직 내 갈등이 사라지고 생산성이 높아진 사업장이 많다. 집중근무제, 연차휴가사용 촉진 등을 실시해 업무효율성을 높인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워크숍 현장. 노사발전재단 제공
한국 근로자들이 일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한국노동연구원이 2010년 장시간 노동 실태를 조사했다. 일주일간 48시간 이상 일하는 사업체는 전체의 37.6%였고 52시간이 넘는 곳도 18.5%에 달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11년)에서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는 3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근로자 1740만 명의 21.8%에 달한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법정 근로시간(일주일 40시간, 연장근로 포함 52시간)보다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업장의 근무형태가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큰 원인이다. 휴일 없는 주야 맞교대 근무제의 경우 근로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사업장 열 곳 가운데 네 곳(35.1%) 가까이 이런 교대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초과근무수당 등 임금 때문에 노사 합의로 휴일근로를 실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높지 않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가 ‘휴일 근로 없는 삶의 여유’를 선호했다. 임금 상승을 선호한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수가 장시간 근로하는 노동시장 구조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한도 포함 등 근로시간 총량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사장님, 매출 걱정은 이제 그만!”
근로시간 단축에 꼬리말처럼 붙는 것이 ‘생산성 저하’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생산성 저하로 매출 감소 등을 우려한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충북 충주시의 ‘코이스충주’는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필름을 제조하는 업체다. 60여 명의 근로자들이 주야2교대제로 일하다 2011년부터 3조2교대제로 바뀌었다.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에서 40.6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회사 매출액은 270억 원으로 2010년(180억 원)에 비해 50% 늘었다. 또 10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다. 자동차 안전벨트를 생산하는 ㈜진성산업(강원 원주시)은 지난해 주야 맞교대제를 주간 연속2교대제로 변경했다. 근로시간은 주당 평균 13.5시간이나 단축됐지만 생산성은 높아지고 이직률은 낮아지는 효과를 얻었다.
2012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일과 가정의 양립, 충분한 휴식과 교육훈련에 대한 재투자를 이끌어내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주당 12시간인 법정 연장근로 한도만 지켜도 새로운 일자리가 75만 개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순 고려대 법대 교수는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하려면 제도 정비와 함께 사업장 내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