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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 형제 단독범행… 배후는 없어”

입력 | 2013-04-24 03:00:00

美 수사당국 “형이 주모자” 잠정 결론… 동생 조하르 대량살상 혐의로 기소
백악관 “적국전투원으로 간주 안해” 군사재판 아닌 일반 재판으로 넘겨




미국 수사 당국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이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동생 조하르의 단독 범행으로 국제 이슬람테러조직과는 연계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과정에서 생포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용의자 조하르는 22일(현지 시간)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CNN, AP통신 등은 조하르가 병상 진술에서 “형(타메를란)이 지난주 발생한 공격의 주모자이다. 국제 테러단체가 배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외부 이슬람세력의 지원을 받지 않은 독자적·자생적 테러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진 것. 미국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세력 척결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자국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 형태의 테러에 소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조하르는 “테러공격 아이디어는 인터넷에서 얻었다. 외국 정부나 테러조직의 지시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또 2011년에 사망한 미국 출신의 알카에다 지도자 안와르 알 알라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터넷 설교에 고무돼 테러를 저질렀으며 폭탄 제조법은 알카에다 웹사이트에서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하르는 형이 주모자이며 자신은 테러 공격 일주일 전까지 이런 계획조차 몰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임을 강조하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차르나예프 형제가 ‘자생적인 급진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의 범주에 든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당국은 형 타메를란이 2010년경부터 급속도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들었으며 이후 동생 조하르를 세뇌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타메를란은 유튜브에 급진파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의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으며 이슬람사원에서 “미국 사회와 기독교는 위선적이다”라고 소리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이와 별도로 2011년 보스턴 외곽 월섬 지역에서 발생한 3명 살인사건과 타메를란의 관련성도 조사하고 있다. 타메를란은 피해자 중 한 명과 복싱 연습을 한 사이였으며 이들이 목이 잘려 살해된 방식이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살해수법과 비슷하기 때문에 타메를란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한편 조하르는 대량살상무기 사용과 재산손괴 등 두 가지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유죄가 입증되면 조하르에게 최고 사형 또는 종신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하르에 대한 기소는 이날 베스-이스라엘 병원에서 치안판사가 찾아와 입회한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의식을 회복한 조하르는 기소 절차에 참여했으며 하루 수차례 서면 조사에 응하고 있다. 첫 심리는 다음 달 30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백악관은 조하르를 ‘적국 전투원(enemy combatant)’으로 간주하지 않고 일반 사법체계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행법상 미국 시민권자는 군사재판에 넘기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사법체계를 통해 수많은 테러리스트의 유죄를 입증하고 투옥했다”고 덧붙였다.

테러 발생 일주일을 맞아 이날 보스턴에서는 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폭탄이 터졌던 오후 2시 50분에는 매사추세츠 주민들이 1분간 묵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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