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산업부 기자
반짝반짝 빛나는 신차와 예쁜 ‘언니들’(?)이 많은 모터쇼는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에게 선망의 장소일 겁니다. “모터쇼 취재하러 해외 출장간다”고 말하면 ‘팔자 좋다’는 시선을 받기 십상이죠. 그러나 자동차 담당 기자들은 모터쇼 출장이 예정되면 한숨을 쉽니다. 제대로 하려면 육체적으로 정말 쉽지 않거든요.
세계 주요 모터쇼는 일단 전시장 규모부터 어마어마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쉴 새 없이 열리는 주요 자동차회사들의 신차발표회를 빠지지 않고 챙기려면 그 넓은 전시장을 하루에도 몇 번은 왕복해야 합니다.
매체별로 할당된 인터뷰 시간이 얼마 안 되는 만큼 미리 한국에서 업계와 각 회사의 현안을 철저히 공부해 가야죠. 한국이 세계 5대 자동차강국인데도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한국 기자를 상대적으로 덜 챙기는 걸 보면 울분도 쌓입니다.
평소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그룹 총수도 모터쇼에서는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우연히 그런 만남에서 특종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런 뉴스메이커와 동선이 겹치지 않아 낙종을 할 수도 있으니 신경이 곤두섭니다. 낮에 종일 걷고 뛰다가 밤에 호텔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기사를 쓰고 사진을 전송합니다. 대개 인터넷 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용량이 큰 사진 파일을 수십 장 보내는 데 밤새도록 걸리기도 합니다.
시차가 큰 나라에 가면 며칠 밤을 그렇게 새워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출장을 가서 한잠도 못 자는 바람에 귀국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곤히 잠들어 인천공항에 착륙해 깬 적도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각종 IT 전시회 취재도 비슷하게 어렵답니다. 그래도 주요 전시회에서마다 화려하고 엄청난 혁신이 발표되는 업계 특성상 출장 기사가 큼지막하게 나가 보람은 있다는군요.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