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간’ 광고로 국내 팬과 만나는 소피 마르소
청춘영화 ‘라붐’의 주인공 소피 마르소가 최근 패션 브랜드 ‘모르간’의 한국 모델로 국내 팬들 앞에 다시 섰다. 그는 “잘하면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 제공
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다운로드족’이 경험하지 못한 애틋함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배우 사진을 사기 위해 간식도 마다한 채 용돈을 모았고 새로운 사진이 나왔는지 수시로 문방구를 들락날락거렸다. 잡지에서 오린 브로마이드는 ‘코팅’해 책받침으로 썼다. 소피 마르소(47)는 그 책받침의 단골 여배우였다. 1980년 14세의 나이로 주연을 맡은 데뷔작 ‘라붐’이 인기를 얻으며 그는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남학생들의 책받침 ‘연인’이 됐다.
풋풋하고 청순하던 그가 이제는 중년의 우아함을 뽐내고 있다. 그는 최근 프랑스 여성 브랜드 ‘모르간’의 한국 모델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르간은 의류, 잡화, 신발 등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선 홈쇼핑 회사 ‘GS숍’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광고 촬영을 마친 그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프랑스 브랜드의 한국 모델이 된 소감을 묻자 그는 “모국(프랑스)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사랑받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금방 결정하지 못했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새 영화 ‘Arretez Moi(나를 멈춰주세요)’가 개봉됐고 다음 영화 ‘Une Rencontre(만남)’ 촬영 중이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패션 브랜드의 한국 모델이라는 얘기에 촬영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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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붐’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이후 ‘유 콜 잇 러브’(1988년), ‘브레이브 하트’(1995), ‘안나 카레니나’(1997) 등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청춘스타에서 진짜 배우로 성장했다. 2002년에는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사랑에 대해 말해줘’로 26회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타기도 했다.
4년 전에는 보석 브랜드 ‘쇼메’ 모델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라붐 출연 당시엔 너무 어려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까지 인기가 많은 것에 어리둥절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라나 문화는 다르지만 ‘라붐’이나 ‘유 콜 잇 러브’에서 나타난 사랑이란 감정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감성”이라고 말했다.
―중견 배우로서 지금의 후배 여배우들의 ‘젊음’이 부럽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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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는 감독으로서 세 번째 영화를 준비 중이다. 배우와는 또 다른 감성을 배울 수 있는데 특히 한국 영화를 즐겨 본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작품에 이어 최근에는 홍상수 감독 영화도 즐겨 보는 편이다.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배우 감독 패션모델까지, 더이상 라붐의 10대 소녀 ‘빅’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야 ‘여배우가 무엇인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난 지금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이만큼만 행복했으면 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