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불신에 보스턴테러 겹쳐 이틀새 온스당 200달러 떨어져올초 1650달러, 지금은 1361달러… 金투자 거물 존 폴슨 10억달러 손실
○ 하룻밤 새 140달러 급락
15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값은 전 거래일 대비 9.3% 떨어진 온스당 1361달러(약 152만 원)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0년 1월 22일(―17%) 이후 30여 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금 충격’으로 다른 원자재 가격도 내림세다. 15일 은 가격은 11.0% 하락해 온스당 23.4달러에 거래됐고 백금(―4.8%), 구리(―5.2%) 등도 동반 하락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5일 배럴당 99.28달러로 약 9개 월 만에 처음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원자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중국이 1분기 경제성장률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7.7%로 발표하면서 세계 증시가 흔들렸다. 살아나는가 싶던 미국의 주택시장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키프로스가 자구책의 하나로 보유 중인 금을 매각한다는 소식도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쳤다”며 “당분간 금값 하락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자 금에 투자한 투자자도 울상이다. 골드바를 사거나 금 펀드 등 관련 상품에 투자한 이들도 손해가 막심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 원 이상 금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평균 ―10.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펀드 평균 수익률(―3%)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3%나 된다.
세계적인 투자 ‘거물’들도 손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계의 큰손 존 폴슨은 금값 폭락으로 이틀간 10억 달러 이상을 손해 봤다.
국내 주식시장의 금 관련 종목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철금속 제련회사인 고려아연은 전일 대비 주가가 4.9% 하락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같은 업종인 풍산 역시 주가가 5.1% 떨어졌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