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어촌 ‘슬로우 길’ 조성… 4월 걷기축제에 7만명 찾아무공해 봄나물 장터도 북적
봄이 무르익은 14일 유네스코 지정 슬로시티의 한 곳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열리고 있는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된 당리 돌담으로 꾸며진 유채꽃 길을 걷고 있다.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는 4월 30일까지 열린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느리게 걷는 11개 ‘슬로우 길’
완도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인 청산도는 1993년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로 널리 알려졌다. 때 묻지 않은 자연 환경과 느리게 살아가는 섬 주민의 생활양식은 2009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바다를 배경으로 한가로운 어촌마을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11코스(17길), 100리(42.195km)를 ‘슬로우 길’로 조성했다. 미항길, 사랑길, 낭길, 범바위길 등 코스별로 정겨운 이름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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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길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 국내 3대 걷기코스로 자리 잡았다. 2009년 슬로우 걷기 축제를 시작하면서 연 9만 명에 머물던 관광객이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33만 명이 찾았다. 1코스인 당리 입구(서편제 촬영지)에서 봄의 왈츠 세트장, 연예바위, 읍리 앞개, 권덕리 해변을 거쳐 범바위까지 걷는 5코스가 인기 구간이다. 바다 풍광을 보며 10km를 걷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걸으면서 체험하는 느림보 우체통 편지쓰기, 조개 공예, 슬로우 길 보물찾기, 느림 풍경 담아오기 등은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13일 서울에서 청산도를 찾은 김성님 씨(65·여)는 “봄의 왈츠 세트장을 배경으로 유채와 보리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광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슬로우 장터’도 인기
걷기 축제 기간 동안 청산도는 여느 섬과 딴판이다. 여름휴가 때처럼 나루터에 승용차가 줄 지어 늘어서고 섬 곳곳에서 장터가 열리는 등 시끌벅적하다. 주말에는 모텔, 펜션, 민박 110여 곳이 관광객들로 꽉 차 빈방이 없다. 식당과 상점도 호황을 누린다. 1년 매출의 절반을 4월 한 달 동안 올리는 곳도 있다. ‘슬로우 장터’는 4월 청산도의 신풍속도다. 주민들은 산이나 들에서 캔 쑥, 달래, 취나물, 두릅, 고사리 등을 가지고 나와 관광객들에게 판다. 주민 정옥남 씨(58)는 “봄나물을 팔아 200만 원 가까이 소득을 올린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슬로 푸드’는 청산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양지리에 자리한 ‘슬로시티 청산도 느림섬 여행학교’에서는 섬에서 채취한 나물 등으로 슬로 푸드를 만들어 판다. 슬로시티 사무국(061-554-6969)에서 하루 150명 정도 예약을 받아 운영한다. 걷기 축제 기간에는 슬로 푸드 도시락(1개 6000원)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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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청산도 인증 기록
―2009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지정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 인증 ‘세계 슬로우 길 1호’
―2012년 CNN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선’ 선정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선’
―2013년 농림수산식품부 청산도 구들장 논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 지정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