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와 비교할 순 없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돈 계산을 어려워한다. 돈 단위가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투자회사에서 외국 돈을 원화로 환산하려면 단위가 조(兆)를 넘어 경(京) 해(垓)까지 간다. 오래전부터 화폐 개혁(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 5만 원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10여 년간의 논란 끝에 2009년에야 현실화됐다.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 원 지폐는 발행 4년 만에 ‘화폐의 여왕’ 자리를 차지했다. 작년 말 화폐 발행 잔액 54조3340억 원 가운데 5만 원권이 32조7660억 원으로 60%가 넘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 가운데 5만 원권이 가장 많다는 뜻이다. 카드나 1만 원 지폐를 많이 쓰지, 5만 원 지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는 의아한 통계다.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가 나왔다. 그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고액 재산가들이 5만 원권을 현금 다발로 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피가 작은 5만 원권이 탈세 수단으로 쓰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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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