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道公 첨단 점검기술 개발
지난해 5월 순천∼완주 고속도로 일부인 전남 광양의 덕례교에서 U-BIROS 차량이 교량 하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 차량은 로봇팔을 이용해 교량바닥을 점검하기 때문에 점검에 들이는 노동력과 시간을 과거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된 이후 국내에서는 차량 운행 중에 다리가 무너져 참사가 빚어진 사례는 사라졌다. 하지만 2007년 미국의 미시시피 강을 지나는 미니애폴리스교가 무너져 158명의 사상자를 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2011년 대형 교량이 끊어지는 등 교량 붕괴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박현섭 한국도로공사 구조물관리팀장은 “미국 통계에 따르면 교량 붕괴의 약 59%가 관리부실로 발생했다”며 “국내에서도 오래된 다리나 터널 같은 구조물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점검이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 노후구조물 점검수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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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잇따라 붕괴된 후 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구조물에 대한 점검은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으로 나뉘며 안전점검은 준공일로부터 반기에 1회 이상(정기점검 기준) 시행한다. 정밀안전진단은 구조물이 만들어진 지 10년 후 처음 실시한 뒤 안전등급에 따라 4∼6년 주기로 지속한다.
허재훈 도로공사 구조물처 차장은 “늘어나는 구조물의 점검수요를 감당하기에 관리 인원이 부족하다”며 “교통 통제에 따른 민원이 많고, 하천이나 경사지 등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도 많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첨단 기술 개발로 구조물 점검에 나섰다. U-BIROS 차량은 도로공사가 자체개발한 장비 중 하나다.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정해 교량 밑부분을 점검하는 장비로 지난해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점검 차량이 다리 위를 지나가면 ‘ㄷ’자 모양의 로봇 팔이 다리 밑으로 들어가 균열 여부나 콘크리트 파손 여부를 세밀히 살핀다.
○ 해외에서도 감탄한 스마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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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내하력을 측정하려면 측정용 차량이 다리를 지나가게 하면서 다리 밑부분에 봉 모양의 측정 도구를 달아 부분별로 얼마나 처지는지를 확인했다. 따라서 교통을 통제하는 데 따른 시민들의 불편이 컸고, 바람 등 기후조건에 따라 측정한 값도 일정하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개발한 ‘스마트 내하력 평가’는 역(逆)발상을 적용했다. 직접 다리의 처짐 정도를 측정하는 대신 갓길에 놓인 진동계를 통해 다리의 진동수를 확인한다. 측정된 진동수를 당초 설계도면에 따른 진동수와 비교하면서 현재 교량의 상태를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이창근 도로교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11년 미국에 처음 이 기술을 소개할 때 발표장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며 “미국 학자들이 그동안 이론으로만 상상했던 기술을 실제 구현하자 놀라워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법은 국내 특허를 거쳐 현재 미국 주요 도시의 교량을 점검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도로 포장 내부의 상태를 파악하는 차량탑재형 지하투과레이더(GPR)도 도로공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제설작업이 많은 산간지방 도로는 염화칼슘 탓에 도로 포장이 벗겨져 콘크리트 내부로 물이 스며들기 쉽다. 이는 구조물 붕괴와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 영동고속도로 구간 중 대관령을 지나는 속사교의 경우 준공된 지 5년 만인 2004년 GPR 장비로 결함을 파악하고 보수 공사를 마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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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