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경제부 기자
최근에는 생명보험 상품의 절반 가까이가 방카쉬랑스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 방카쉬랑스 판매 담당 은행원은 ‘슈퍼 갑’으로 불립니다.
이달 5일, 은행과 보험사 간 방카쉬랑스 ‘뒷돈’ 거래가 금융당국에 처음 적발된 사건으로 금융권이 뒤숭숭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신한생명이 백화점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일부 은행원에게 2년간 10만∼1000만 원을 전달한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보험사와 방카쉬랑스 판매 은행원 사이에 골프 접대, 상품권 지급, 회식비 계산, 카드영업 지원 같은 다양한 리베이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물증 확보가 어려워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금융권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행들은 이번 조사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금품을 받은 은행원들은 물론이고 경영진 역시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는 “주고 싶어서 준 것이 아니다”라며 약간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은행원은 노골적으로 여러 보험사를 비교하며 금품 제공을 요구한다”며 “차라리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연히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관행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습니다.
리베이트 관행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은행도 보험사도 아닌, 방카쉬랑스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입니다. 방카쉬랑스는 보험설계사를 통해서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던 데서 탈피해 은행에서 상품을 팔게 해서 소비자가 더 저렴한 수수료로 다양한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소비자의 혜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인 거죠.
신수정 경제부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