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소설속 佛요리는 러 귀족에 대한 혐오의 표현”
러시아 문호의 문학작품들을 음식과 얽힌 뒷이야기로 맛깔나게 풀어낸 석영중 고려대 교수.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최근 국내에 영화가 개봉돼 다시 관심을 끈 그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그렇다. 안나의 부도덕한 오빠 스티바와 그의 양심적 친구인 레빈이 함께한 고급 레스토랑 식사 장면을 보자. 스티바는 온갖 프랑스 고급 요리를 주문하지만 레빈은 웨이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양배춧국과 죽을 제일 좋아하지만 여기에 그런 것은 없을 테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러시아 서민이 먹는 양배춧국을 언급하며 귀족의 허영을 조롱한 것이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54)가 펴낸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사진)에는 러시아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음식에 얽힌 뒷얘기가 가득하다. “음식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소통의 통로다. 작가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서도, 작품 속 인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도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석 교수의 설명. 책에선 톨스토이를 비롯한 19세기 러시아 문호 12명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특정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함의를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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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얽힌 작가 얘기도 흥미롭다. “점심에 먹을 수 있는 것을 저녁까지 미루지 말라”는 말을 남겨 식도락가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정작 구운 감자나 잼 같은 평범한 음식을 즐겼다.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은 엄청난 대식가였는데 금식과 폭식을 반복하다 결국 거식증으로 죽었다.
석 교수는 러시아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을 뇌과학으로 분석한 ‘뇌를 훔친 소설가’(예담·2011년)에 이어 음식을 소재로 문학에 접근했다. “문학이 재미없고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들이 많아요. 대중에게 손쉽게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 나온 책들이죠. 앞으로도 문학의 외연을 넓혀가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