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김정일 전처 성혜림의 조카) 스위스서 귀순전화… 나흘뒤 서울 도착외교문서 30년만에 공개
1996년 2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고 이한영 씨. 동아일보DB
주제네바 대표부는 1982년 9월 28일 오전 귀순하겠다는 ‘공작원 김영철’의 전화를 받아 신병을 확보한 뒤 그날 저녁 서울의 외무부 본부에 긴급 보고했다. 전문의 제목은 ‘몽블랑 보고’. 이후 전문에서 ‘몽블랑’이 암호명으로 사용됐다.
김영철은 이 씨였다. 대표부는 외교 전문에서 “김영철은 ‘무시무시한 보복’을 말하면서 자신에 대한 위해를 의식, 시종 초조해 하고 불안감을 표시했다”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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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측은 다음 날 정부에 면담 요청을 해왔고 7일 제네바대표부 공사를 만난 북한 측 공사는 “가출해 소식이 없는 19세 북한 외교관 아이를 찾는 걸 도와 달라. 처음엔 남한 측이 장난놀음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고 했고 우리 측 공사는 망명 사실을 모르는 척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1997년 이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피격돼 숨졌다.
외교부는 생산된 지 만 30년이 지난 문서를 공개하는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 문서를 포함해 총 1490권, 22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31일 공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