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청소년 교육에 써달라” 美유대인들 2억5100만달러 기부행렬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2013년 연례총회 이틀째 행사가 열린 4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 한쪽에 유대인 청소년 교육사업에 유산을 기부하는 ‘내일을 위한 파트너’ 코너가 열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유대인 조 펠론 씨는 2009년 미리 쓴 자신의 유언장 첫머리를 아버지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했다. 평생을 유대인 권익 보호에 바친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는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일어나 달려 나가라.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연줄을 넓혀라”라고 다그쳤다.
아버지를 따라 펠론 씨는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 가입해 활동했다. 2009년 유언장을 통해 자신이 죽은 뒤 남을 재산 200만 달러(약 22억2000만 원) 이상을 유대인 청소년 교육 사업에 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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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닌 행동으로 민족 사랑에 나선 이들의 동기는 뭘까.
2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유대인 부부 280쌍(일부 개인)의 유언장에 드러난 세 가지 공통적인 동인(動因)은 홀로코스트의 악몽과 가정교육, 그리고 이스라엘 방문 경험이었다. 나치가 유대인 6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홀로코스트의 악몽은 대를 이어 유전되고 또 유언장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에타 스메크 씨는 “어머니는 나치에 온 가족을 잃고 1936년 홀로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났다. 나치는 어머니가 살던 동네에서 유대인 1600명을 색출한 뒤 헛간에 가두고 총격을 가했다”고 기억했다.
유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가족은 유산 기증자들의 ‘영웅’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 먼저 온 할아버지와 삼촌은 유럽에서 생명을 위협받던 유대인 100명을 초청함으로써 그들을 구해냈다. 할아버지의 아파트에는 늘 유대인이 가득했고 삼촌의 가게에서는 유대인 일꾼들이 분주하게 일했다.”(리처드 바수크 씨)
아랍 국가들의 공격에 시달린 조국 이스라엘 방문 경험도 큰 충격이었다. “내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1967년, 6일 전쟁이 발발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군인들 사이에 둘러싸였다. 그들은 군복도 제각각이고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이런 초라한 군대가 어떻게 사방의 적들에 맞설 수 있을까 걱정됐다. 호주 군복을 입은 이가 나에게 말했다.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마세요’라고.”(리타 신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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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인 권리 찾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유대인들은 권력과 부를 모을수록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조국 이스라엘의 안보와 번영에 관심을 갖는다”며 미국 내 한인들에게도 유대인들과 같은 결집과 참여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